[아이들이 행복한 혁신학교를 가다] 4. 자존감 키워주는 독일
생후 6개월~고등학생 공동체 생활…부모 배려한 유아 돌봄 교실 운영
눈높이·개성 존중 1~4학년 통합수업…8학년까지 성적없는 대안학교 체제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독일 교육을 설명하는 판하스테렌 교장의 말이다.

재정 부족과 과도한 학습량으로 교육의 위기를 겪은 독일은 공교육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도입했다.

공립 종합학교인 '헬레네 랑에'는 독일 혁신학교의 대명사다.

시험도, 숙제도 없는 헬레네 랑에 학교는 학생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고 고민하고 발표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배워나간다. 정답보다는 답을 찾는 방법이나 답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헬레네 랑에 학교는 죽어라 공부만 하는 인문계고를 제치고 학습능력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대안학교의 성공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헬레네 랑에의 성공에 고무된 독일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공동체적 삶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확대해 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대안학교로 인정받는 헬레네 랑에를 벤체마킹한 '클라렌탈 학교'와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를 통해 우리나라 혁신학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

독일 비스바덴시에 자리 잡은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는 지난 2007년 설립된 대안학교다. 인문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이 아닌 자신의 적성을 찾아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실험학교다.

숲으로 둘러싸인 이 학교는 '지속 가능한 교육'을 목표로 한다. 무엇을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배우도록 한다.

생후 6개월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600명의 학생들은 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배운다.

학교는 오전 6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볼돔 교실을 운영한다. 유아를 둔 일하는 부모들을 위한 배려다.

학교 교정은 우리나라의 대학 캠퍼스처럼 생겼다. 학년별 교실이 별도의 건물에 배치돼 있고, 수업은 90분짜리 4개 블록으로 이뤄진다.

취재진들이 본 수업광경은 아주 이색적이다. 초등 1~4학년은 통합 수업을 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아이, 알파벳을 공부하는 아이,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도 있다. 고학년들은 어린 학생들의 수업을 도와주기도 하고, 교사들은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대화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5학년부터는 연령대별로 반 편성을 하고 개인별 학습계획을 세워 수업한다.

특히 5학년들은 캠퍼스에서 1박2일 캠핑을 한다. 4학년을 마치고 여러 학교에서 전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 친교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기존 교과목 수업과 다른 프로젝트 수업을 방과후 활동으로 진행한다. 말 타기, 피아노, 대장간, 철봉, 닭 기르기 등 다양하다. 닭 기르기의 경우 학생들이 모이를 주고 관리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금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

8학년까지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학습과정을 물어보고 알게 된 내용을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성취도만 파악한다.

대안학교로 운영하지만 일반학교처럼 대학진학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학업역량도 뛰어나다.

이 학교의 교사는 "아이들은 미래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고 이 학교의 교육은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

독일에서 활동한 러시아 표현주의 화가의 이름을 딴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Alexej von Jawlensky) 학교는 문화학교로 지정됐다. 모든 과목은 미학적 문화적 관점에서 수업을 설계한다. 학생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인 공연 포스터와 그림으로 학교를 장식했다.

공립학교인 야블렌스키 학교는 645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사가 있다. 학급당 23~27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학교는 공교육의 혁신을 위해 8년 전 종합학교로 바꾸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로젝트 수업이다.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학년별로 지적 성장에 맞는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1년 동안 자유롭게 연구한다.

5학년은 학교와 친구들에 대해 알아보기, 6학년은 로마와 그리스, 이집트 등 역사분야, 7학년은 물의 수질 검사나 물속 생물 등 과학분야, 8학년은 또래집단에 대한 연구, 9학년은 나치의 만행에 대한 연구, 10학년은 직업현장실습 등 여러 학문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8학년(중2)은 직업탐구의 시간을 갖는다. 현장에서 실습도 하며 미래의 꿈에 대해 탐구한다.

9학년이 되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영화나 연극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시나리오도 학생들이 직접 쓰고 촬영, 포스터, 리플릿도 만들어 홍보하고 공연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4주간 외부 감독이 주도하기 때문에 학교교사는 보조역할을 하거나 저학년 수업을 도와준다. 이는 지식만으로 배울 수 없는 자아 완성을 위해서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자아 완성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다. 대개는 공부를 잘하면 자신감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지,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 프레젠테이션, 많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들을 여러 번 해봐야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의 교육목표 중 하나인 사회성(social strength)을 기르기 위해 요양원 등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사회적 역량과 공공의식,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도 배우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다문화적인 교육이다. 지난해 100만 명의 난민 독이로 들어왔다. 독일을 전혀 모르는 그들을 통합시키는 것이 과제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예술중심 교육은 사회성과 감수성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 되고 학생들의 성장과 인격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혁신학교의 특징으로 경쟁보다 협력, 자율적 학습계획 수립과 꼼꼼한 점검, 팀 워크의 중요성, 개인 능력 최대한 발휘, 공간과 환경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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