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현장을 가다] 5. 한국형 혁신학교 성공모델 '경남 행복학교'

경남 화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화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닫힌 교실에서 획일적인 교과서와 지식 전달식 수업은 그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학교와 교사들은 시대적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충북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은 공교육 강화를 기치로 혁신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남의 화제초등학교와 태봉고등학교는 한국형 혁신학교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특히 태봉고는 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올해 3월 개교한 충북 최초의 공립 대안 중학교인 은여중학교의 롤 모델로 손색이 없는 학교다.



즐김과 나눔이 있는 꽃나루학교

경남 화제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역화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화제초등학교(교장 박정화)는 경남 양산의 오지인 원동면에 위치한 시골학교다. 지난 1973년 개교한 화제초는 농촌인구가 감소하면서 한 때 전교생이 30명으로 줄어 폐교위기를 맞았다. 이에 동문과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섰고, 2015년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성공시켰다.

화제초의 이색적인 교과과정과 민주적 운영방식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 발길이 어이지고 있고, 올해는 전교생이 100명으로 늘었다.

화제초의 교육활동은 일반 초등학교의 수업방식과 많이 다르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온책읽기'다.

인문학으로 삶을 바꾸는 온책읽기는 한 학기동안 전 학년이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함께 읽고 천천히 생각을 나누며 삶을 가꾸는 교육활동이다.

1학년은 '강아지똥' '까마귀소년' '폭풍우 치는 밤에' 책을 함께 읽으며 자아 존중감을 기르고 친구사랑하기를 배운다.

2학년은 '금동향로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와 '책 먹는 여우'로 역사와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4학년은 '몽실언니' '마지막 거인' '황산강 베랑길'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알고 낙동강 환경 지키, 지역을 살펴본다.

6학년은 '기찻길 옆 동네'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나'를 읽으며 민주주의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에 대해 알아본다.

주제중심의 통합교과로 운영되는 온책읽기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과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하게 하고, 책과 친해지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반으로 줄었다.

화제초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다.

학사일정 등 학교 전반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학생들도 3학년부터 6학년까지 50여명이 모여 2주에 한 번 의사결정기구인 '다모임'을 한다. 다모임에서 결정된 의견은 교사들과의 논의를 거쳐 규칙으로 만들어지고, 학교생활에 적용한다.

화제초의 끊임없는 변화에는 교사들의 희생과 노력이 컸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주 2회 방과후 '번개모임'을 갖고 수업 아이디어와 교수법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화제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학교다. 학생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3월부터 마을회관을 연 4회 방문한다. 마을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마을교육과정을 통해 마을사람, 역사, 지리, 환경 등을 알아간다.

박정화 교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혁신'이라는 용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성과·경쟁에 밀려 유보해왔던 교육의 본질, 교사들이 평소 추구하던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혁신학교라서 새로운 것만 추구하려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전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

창원시 진동면에 위치한 태봉고등학교(교장 박영훈)는 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집합소라는 편견을 갖기 쉽지만 태봉고는 이를 깨고 배움의 공동체 원리로 교육의 본질을 살리면서 인기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태봉고의 혁신사례는 충북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인 은여울중학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봉고의 첫 인상은 파격적이다. 학생들의 모습과 교육과정이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상상이 안가는 모습이다.

학생들의 머리는 염색으로 컬러풀하다. 복장도 자유스럽다. 교장선생님 호칭도 '영훈쌤'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북유럽 혁신학교와 매우 유사하다.

태봉고는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철학 아래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턴십 교육방식)라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한 학기 동안 현장 활동을 하고나서 7월에 친구, 교사,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한다. LTI에 대한 자료는 매년 자료집으로 만들어 공유한다. 태봉고 학생들은 LTI과정을 통해 꿈을 찾는다.

창원 태봉고등학교 2학년 서경석 학생이 인턴십 교육(LTI)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7월 12일은 전교생 136명이 LTI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피아노 연주가 특기인 서경석 학생(2년)은 한 학기 동안 직접 작곡한 곡을 들려줬다. 서 군은 "하루 3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연습을 했고 부족하지만처음 작곡을 해봤다"며 "이번을 계기로 곡을 자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아들의 발표를 지켜 본 서경석 학생의 어머니는 "생각 많은 아들이 걱정됐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삶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주연 학생(2년)은 '11208/26280' 숫자로 주제를 정했다. 26280은 3년을 시간으로 계산한 것이고, 11208은 태봉에서 보낸 시간을 의미한다고 소개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알차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태봉고 학생들이 LTI 결과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학생들은 발표도 중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쏟기도 했는데 이때마다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이 이어졌다.

태봉고는 지난 3년간 LTI 활동을 분석한 결과, 졸업생의 80%가 LTI 활동과 관련된 꿈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태봉고의 교육과정 43%는 특성화 교과(인턴십·이동학습·나눔활동·노작교육(수공할동))로 이뤄진다. 일반 고등학교처럼 교과수업을 똑같이 하지만 입시에 초첨을 맞추지 않고 목공이나 음악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한다. 이동학습으로 제주도, 지리산, 네팔, 라오스 등을 가고 진로를 탐색하는 진로체험 이동학습 시간도 주어진다.

태봉고의 의사결정은 민주적이다. 매주 수요일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참석하는 공동체회의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한다. 회의는 총학생회장이 이끌며 학생과 교사는 동등하게 한 표씩 투표권을 갖는다. 학교의 모든 생활규율이 여기서 결정된다.

박영훈 태봉고 교장

박영훈 교장은 "차별화된 교육은 프로그램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서느냐가 중요하다"며 "입시보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데 근접한 LTI교육은 학점제와 연계해 일반학교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영훈 교장은 "교육은 프로그램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서느냐가 중요하다"며 "3년간 스스로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입학생의 80% 정도가 자신의 꿈을 찾아 간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