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리포트 : 6차산업 유럽 선진지 탐방]
2.독일의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
400여개 농장 1천500명 조합원
사육에서 유통까지 집약적 관리
로컬푸드직판장·복합시설 운영
높은 이윤·소비자엔 착한 가격
운영비 제외한 모든 수익 배분
유기농 목축 자부심 고품질 보장
이상적인 축산업 각국서 벤치마킹

지난 7월,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6차산업 대학생기자단은 '유럽 벤치마킹을 통한 한국 교육농장과 협동조합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4개국의 9개 기관을 다녀왔다. 오늘은 협동조합의 나라, 독일의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을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통 단순화·직거래 시스템 구축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은 1986년 조합장인 루돌프 뷜러 씨 외 8명의 농민이 사라져가는 전통돼지 품종(스와비아홀)을 지키고 고품질의 상품으로 농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5년 기준 1천500여명의 조합원과 400여개의 농장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1억200만 유로(한화 1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생산자조합은 운영비 50만 유로를 제하고 모든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배분해주고 있다고 한다.

오전 11시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 건물 주차장에서 가이드 Eberhard Hardy Man씨(이하 하디)를 만났다. 그와 조합에 속해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오기 전 주에는 KBS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와서 3일 정도 지냈고 대상그룹부터 강원도 인제군까지 다양한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스케줄 표를 보니 굉장히 빡빡해 글씨조차 보이지 않았다. 올해 일정이 모두 잡혔다고 그는 설명했다.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은 돼지, 소, 양 사육부터 도축, 가공, 허브 생산, 수입, 마케팅, 납품 관리 등 다양한 부분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과정을 조합이 직접 집약시켜 관리하기 때문에 일종의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었다. 조합의 크기가 늘어나자 컨설팅과 허브 수입, 축산 관련 업무를 마케팅본부를 중심으로 한 곳으로 일원화시켰다.

유통과정을 단순화하고 관련 업무의 체계성과 효율성을 높여 조합원들의 수익을 늘리도록 한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후 하디 씨의 차로 조합의 자랑인 돼지 농장을 보러갔다. 농장이라고 해서 축사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서 차를 멈춰 당황했다.

이곳에서는 돼지를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에서 키우고 있었으며 더위에 지쳐 나무 덤불 안으로 숨어버린 돼지를 찾기 위해 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유기농 목축을 통한 동물복지 실현

프레젠테이션에서 하디 씨는 organic '유기농의'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돼지 농장을 보면서 생산자조합의 신조인 유기농 목축을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었다.

돼지들을 가둬놓고 곡물사료를 먹여 키우는 기업농과 달리 돼지들이 원하는 풀을 먹으며 진흙에서 마음껏 뒹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동물복지를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합의 고수 밭과 머스타드 밭을 지나 생산자조합 본부와 향신료 배합실, 마케팅 본부를 찾아갔다. 생산자조합 본부는 1986년 루톨프 뷜러 씨가 사용했던 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향신료 배합실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어마어마한 종류와 향에 적응하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인도에서 온 향신료 배합 전문가와 함께 사진을 찍고 간단히 어떤 향신료가 있는지 어떻게 배합되는지를 보았다.

머스타드와 같이 독일 내에서 키울 수 있는 향신료는 직접 길러 사용하지만 재배 환경이 다른 향신료는 인도, 탄자니아(잔지바르) 등에서 수입해온다고 한다.

다음 마케팅 본부에서는 굉장히 바쁜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케팅 본부는 각 유통과정을 총괄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부서이기도 하다.

이 조합은 주로 식료품점, 식육점 등과 유명 호텔, 레스토랑, 포르쉐, IBM 등 유명 기업의 식당에 납품을 한다고 한다. 독일 남부 지방에 현재 400여개의 업체에 납품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마케팅 본부에는 다양한 인증서 및 메달들을 볼 수 있었다. 유럽연합 최고 등급의 유기농 인증서 '외코테스트(Oekotest)'를 비롯해 Non-GMO 인증, 독일농민협회(DLG) 콜드라벨 인증 등 다양한 인증서가 조합의 생산품 품질과 진정성을 보증하고 있었다. 또한 유기농에 관심이 많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이곳을 방문한 사진도 있었다.

복합시설화된 생산자조합의 직판장

마지막으로 생산자조합의 직판장을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스와비아 홀 돼지인 삼색 돼지 모양 인형이다. 정말 많이 진열되어 있어 조합원들의 돼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직판장은 들녘 가운데 조성되어 있음에도 손님들이 제법 들어차 있었다. 빵 가게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사려는 코너에도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디 씨는 가게 안쪽에 위치한 생필품 코너로 안내하며 소비자들이 생필품 사러 이곳에 오면서 고기도 사고 채소도 살 수 있게 하려고 배치를 했다고 말해주었다.

판매 직원이 간단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이 직판장은 2007년에 문을 열었고 총면적이 950의 마켓에서 4000여 종류의 로컬푸드를 직거래 판매하고 있으며 직판장 외에도 레스토랑, 허브가든, 빵가게, 여행사, 놀이터, 태양광 발전소 등 복합시설을 운영한다고 했다. 지역민들이 늘 믿고 격려해주며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고객 이상의 가족 같은 분위기로 경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은 프랑크프루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볼퍼츠하우젠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그럼에도 하디 씨와 함께 식당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젊은 청년들이 참 많았다.

하디 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독일의 소농 역시 기업농과 청년들의 이주로 많은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스와비아 홀이라는 돼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도시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위해 볼퍼츠하우젠으로 이주해왔고 지금의 생산자조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협동조합에 관련된 법이 완화되면서 조합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있다. 도시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농촌은 젊음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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