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소방본부장 "구조대원과 구조자들 대화"사실무근
구조자 "테라스와 거리 1.5~2m가량 떨어져 탈 수 없어"
출동 당시 소방대원 혼자 사다리차 끌고 출동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외벽 청소 업체가 스카이차로 불리는 고소작업차(빨간원 안)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특별취재반]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건물에 접근했으나, 애초부터 구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25일 오전 11시께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현장을 방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고상황을 설명하며 "8층 난간에 있던 3명을 구조했을 당시 소방서 사다리차와 민간 사다리차가 양쪽에서 같이 올라갔는 데 요구조자(노블휘트니스 스파 대피자)와 구조대원이 논의 후 민간 사다리차를 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이같이 보고한 것은 소방당국도 인명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당시 민간 사다리차에 의해 구조된 구조자들은 이 본부장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8층에서 구조된 한모씨(62)는 25일 중부매일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소방서 사다리차 '버킷(고소작업대)'에는 (요구조자들을)구조할 소방대원이 탑승하지 않았다"며 "소방서 구조대원이 협의를 한 후 민간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는 사다리차에 탑승하려는 구조대원이 있었지만 '승선할 필요가 없다'는 상부 지시를 받아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소방서 구조대원은 취재진이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다리차를 타려고 했는 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탑승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았다.

한모씨는 또 소방서 사다리차는 건물에 접근하지 못해 민간 사다리차로 탈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8층까지 올라온 제천소방서 사다리차는 살수기능만 가능한 것으로만 보였다"며 "스파 건물 테라스에 접근하지 못한 채 1.5~2m가량 이격된 상태를 유지하는 바람에 뛰거나, 매달릴 수도 없어 결국 민간 사다리차에 의해 구조돼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본부장이 추미애 대표에게 설명한 것은 고의로 허위 내용을 보고했거나, 현장 책임자들에게 허위보고를 받은 결과라는 지적이 가능해 졌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방진화 인력이 없어 대원이 혼자 사다리차를 끌고 출동했다"면서 "원래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사다리차 승강기에 대원 1명이 타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연기가 너무 많아 구조대원이 사다리차 승강기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됐다"며 "정신이 없는 여러 상황 속에서 인력이 부족해 그러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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