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천 화재 참사 사다리차 의인 이양섭·이기현씨 부자

지난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아버지와 함께 8층 난간에 고립됐던 시민 3명을 구한 이길환씨가 25일 구조현장을 다시 찾아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씨는 구조 당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냐는 질문에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해 같이 나와 아버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힘든 점 이었다"고 말했다./신동빈

[중부매일 특별취재반]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 21일 제천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에서 3명의 목숨을 구한 이기현(28)씨는 당시의 참혹함을 잊을 수 없다. 앞서 인근에서 업무를 보던 이씨는 아버지인 이양섭(53)씨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수화기 너머로 "큰 불이 났는데 건물 난간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빨리 장비를 끌고 와라"며 숨이 넘어가듯 재촉했다.

이씨는 통화직후 사태의 심각함을 직감하고 곧바로 최대 35m까지 높일 수 있는 카고 크레인 장비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께, 이미 사고현장은 아비규환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씨는 "건물의 유리창은 여기저기 깨져 있었고 그 사이로 연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며 "8층 난간에 3명이 위태롭게 메달려 있어 한시라도 빨리 구조를 진행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버지를 만나 구조를 위해 화재 건물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불현듯 불안감이 떠올랐다. 장비를 운용한지 2년차 밖에 되지 않은 그에게 생명의 촉각을 다투는 상황은 두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때문에 장비의 운용을 아버지에게 맡겼다. 10년 이상 장비를 운용해 '베테랑'인 아버지를 믿은 것이다. 대신 연기가 잠깐이라도 걷힐 때마다 큰 소리로 아버지에게 방향을 전달했다.

그 결과 이들은 건물 8층에 있던 3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씨는 "구조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두려움'"이라며 "인명 구조를 위해 불앞으로 다가갔지만 겁이 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사람이 다 탄 것 같다'고 전달할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며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이기현씨 부자에겐 많은 고마움의 연락이 왔다. 이들의 구조 과정에서 건물주인 이모(53)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자에 의해 생명을 구한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은 '남편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은 정황이 없었는데 너무 감사드린다'는 등의 인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현 씨는 "앞으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혹여라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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