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헬스장 이용 최병호씨 연기 보고 화재 직감 "불이야"
빠져 나가려는 데 벌써 연기자욱…뛰어내린 후 여성들 구조

제천 화재 참사에서 거의 최초로 화재를 인식하고 목숨을 구한 최병호씨(오른쪽)

[중부매일 특별취재반] "5~6년전 두차례 받은 위암수술 후 근력이라도 키우려고 4년동안 헬스장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지요. 그날도 운동한지 20분쯤 지났나?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화재를 직감했어요. 그래서 '불이야'라고 소리쳤는 데 실감을 못하더라구요."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참사 현장에서 거의 최초로 화재를 인식하고 목숨을 구한 최병호(75)씨.

최 씨는 지금도 뉴스만 보면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파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는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 21일에도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던 중 런닝머신 앞에 달린 TV 전원이 나간 것을 발견했다. 일부는 별일 아니라며 운동을 재개했지만,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본 최 씨는 화재를 직감했다고 했다.

최 씨는 '불이야. 불이야"를 연신 외치며 4층 헬스장에서 3층 탈의실로 뛰었다. 다시 '불이야'를 외쳤지만, 따라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탈의실에 있던 옷을 챙겨 맨몸으로 1층을 향했다. 그러나 벌써 1층에서 올라온 연기 때문에 다시 위층으로 대피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한 청년이 2층과 3층 사이 창문을 발로 걷어차 깨뜨린 후 뛰어 내렸다. 최씨도 옷을 내던진 후 뛰어 내렸다. 가쁜 숨을 내돌리는 사이 여성 3명이 도움을 요청했고, 구조에 성공했다. 생사가 갈린 순간 이었다. 지체없이 창문을 깬 것이 여러명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3명이 나온 후에는 탈출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차에 불이 붙어 조수석 쪽에서 간신히 끌고 나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헬스장과 3층 남탕에 있던 분들은 거의 탈출 했는 데, 같이 운동하던 2분은 돌아가셨더라고요. 3층에서는 이발소 안에 있던 비상구를 통해 많은 사람이 피신했다고 들었습니다."

최 씨는 "살아날 운명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살아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아직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