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경자씨 남편 "아내 사진 두고 못 떠나"
6천여 명 조문 30일까지 추모기간

합동분향소 추모게시판 메모/신동빈

[중부매일 특별취재반] 27일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6일이 흘렀다.

희생자 29명의 영결식이 모두 끝났지만 제천 체육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여전히 이들을 쉽사리 떠나보낼 수 없는 슬픔과 아쉬움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난 23일 발인을 마친 고(故) 장경자(56·여)씨의 남편 김모(56)씨는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합동분향소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씨는 "상주인 내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며 "아내의 사진이 저 곳에 그대로 남아있는데 어찌 자리를 뜰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영결식은 끝났지만 합동분향소가 마무리 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떨궜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꽃을 피우지도 못한채 숨을 거둔 고(故) 김다애(19)양과 고(故) 김지성(19)양의 영정사진 앞에는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지난 26일 50대 시민이 중학생 자녀 2명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아 "학생들에게 작게나마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두고 간 것이다.

지난 26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중학생 자녀 2명과 찾은 한 50대 시민이 "대학입학을 앞둔 여고생의 희생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학생들이 생전에 좋아했을 것 같아서 사왔다"며 준비한 초콜릿을 조심스레 전달했다./신동빈

또 누가 놓고 간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 부의금도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극락왕생 하소서'라는 글귀와 함께 5만원권 1장이 들어있었다.

합동분향소 입구 한켠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문구가 담긴 메모지가 한가득 붙어있다.

"엄마 거기서는 평화롭고 좋은 곳 가서 영원히 일하지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해." "언니, 그곳에서 더 예쁘고 건강하게 지내. 언니 좋은 곳에서 멋지게 살다 만나자." "엄마, 아프게 해서 미안해.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

다음은 희생자들 추모 게시판에 붙은 시 한편이다.

봄을 기다리며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았다 / 봄에는 꽃을 틔울 것인데 / 겨울 옷을 두른 것 뿐인지 / 시간의 흐름 속에 앙상해진 생의 선배인건지 // 나는 알지 못했을 그들의 삶처럼 // 꽃을 피울 새싹들도 / 생의 선배들도 / 마지막은 알지 못했겠지 // 존재 자체로 아름다웠을 그 삶을 / 앗아간 순간들이 야속하다 아니, 아프다 //앙상한 나뭇가지 // 불안과 두려움속에서도 / 마지막까지 남은 이를 걱정했을 / 이 겨울의 아픔들 // 따뜻한 봄 햇살 비추는 어느 날 / 겨울잠에서 깨어나 / 웃음꽃으로 다시 피어오르길.

한편 제천시는 유족의 뜻에 따라 추모기간을 정하고 합동분향소를 오는 30일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는 지난 23일 설치돼 27일 오후 3시 기준 6천547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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