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암상가·제천 노블 휘트니스 화재 들여다 보니

1993년 1월 7일 붕괴된 우암상가 아파트현장(왼쪽)과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 현장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특별취재반] 대형참사를 부른 화마(火魔) 원인은 '부실과 안일'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와 지난 1993년 발생한 청주 우암상가 붕괴 사건은 24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두고 발생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법적·제도적 보완을 거듭하며 '안전'에 올인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28명, 29명이 사망한 참사 현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부실시공과 구멍난 안전시스템, 안이한 대처는 '판박이' 였다.


눈먼 행정 화(禍) 자초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건물 모습 / 특별취재반 신동빈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발견된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2층 여탕은 외부로 탈출할 비상구가 없었던 게 엄청난 피해를 키웠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소방당국이 비상구 창고 변경을 허가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건물주는 허가를 받아 창고로 바꾼 공간(비상구 통로)에 2m가 넘은 선반을 설치해 목욕용품 보관 용도로 사용했다.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경기 김포을)이 제출받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제천소방서는 지난해 10월 31일 건물에 대한 특별조사를 했지만, 2층 비상구 봉쇄를 문제삼지 않았다.

제천소방서는 지난 2011년 12월 29일 건물에 대한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를 발급했으나 '방염물품 및 실내장식물 불연화 항목'을 누락한 채 완공을 승인했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물 내부 합판과 목재, 벽지, 커튼, 합성수지류, 섬유류 등은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

1993년 1월 7일 새벽 붕괴된 청주 우암상가 건물(콘크리트 슬라브 5층·지하 1층·연면적 9만71㎡) 역시 사업승인(80년 8월 22일) 1년 4개월만인 81년 12월 12일 초고속으로 준공됐다. 결국 건물은 준공 2년 후 부터 균열 현상이 나타나 13년만에 붕괴됐다. 지하와 지상 1, 2층 74개 점포는 모두 LP가스를 사용했으나, 소방점검은 부실했다.


안이했던 초동대처

1993년 1월 7일 붕괴된 우암상가 아파트현장

우암상가 상인들과 아파트 입주민들은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파악한 후 즉각 대피하지 않았다. 91년 5월 2층 에어로빅 학원에서 작은 불이 난데 이어 92년 11월 지하상가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그 때마다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던 게 대형참사를 부른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에도 큰 일이 없겠지…."라고 여겼던 게다.

제천 스파 화재 현장을 탈출했던 이들은 "불이 난 직후 이용자들이 실감을 못했다"며 "4층 헬스장 트레이너는 한차례 창밖을 내다본 후 다시 운동을 했다. 결국 즉각 빠져 나오지 못한 이용자 몇명은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 역시 즉각적인 구조 작업을 하지 못했다. 건물주와 소방당국 역시 마찬가지 였다.

유족대책위는 지난 27일 "진압 대원 4명이 도착했으나, 주차장과 LPG 탱크 살수활동만 했다"며 "화재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던 비상구를 통한 구조활동은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지난 21일 오후 3시 25분께 최초 불이 났으나 직원들이 신고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인명구조 못한 사다리차

제천 화재 당시 출동했던 제천소방서 소속 화산119소방센터 사다리차 모습 / 특별취재반 신동빈

지난 21일 화재 발생 직후 현장에는 소방서와 민간업체의 사다리차가 인명구조에 나섰다. 그러나 소방서 사다리차 버킷에는 구조대원이 탑승하지 않아 구조가 불가능 했다. 현장에서 구조된 한모(62)씨는 "소방서 장비는 살수만 가능해 보였고, 버킷과 8층 테라스와의 거리도 1.5~2m가량 떨어져 접근이 불가능 했다"고 말했다.

우암상가 아파트 입주자 30여 명은 불이 확산되자 5층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렸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서 사다리차는 건물 주변 고압선을 피하느라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사다리차를 기다리는 사이 5층 건물은 폭발음과 함께 폭삭 주저 앉았다. 옥상 난간에 서 있던 주민들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인명피해가 28명으로 불어난 이유로 작용했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두 사건 모두 재난에 대한 인식과 매뉴얼에 의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건"이라며 "재해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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