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소상공인] 31.충북서 가장 오래된 조명가게 '제일조명'

'밝은 조명, 밝은 미래'. 제일조명 반덕현 대표의 명함에 적힌 글귀이다. 반 대표는 39년째 조명 기구 제작 및 판매업을 하는 대표 소상공인이면서 성안동 주민자치위원장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2018년 새해의 '불'이 켜졌다. 어둠을 걷어내고 더 밝고, 더 따뜻한 불빛이 우리네 인생길을 비추길 바라게 되는 시점이다.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조명가게인 '제일조명' 반덕현(62)사장의 바람 역시 세상이 더 환해지는 것이다.

"주변이 밝아야 좋은 기운이 들어와요. 94년에 남주동에 왔을 때만 해도 남주동 상권이 침체돼있었는데 우리 가게가 오면서부터 살아났어요. 우리가 불을 밝히니까."(반덕현 사장)

제일조명은 1980년 청주시 서운동에서 시작해 94년 지금의 남주동 웨딩테마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39년째, 충북에서 가장 오래됐다. 청주 리호관광호텔, 발리 컨벤션센터, 진양관광호텔 등의 조명이 반 사장의 작품(?)이다.

"조명은 사람으로 얘기하자면 '화장'과 같아요. 인테리어는 잘 했는데 조명이 안어울리면 꼴불견이에요. 조명을 잘하면 집이 더 예뻐 보이고 빛나죠."

"가게가 오래 됐으니까 단골손님들이 많아요. 손님들이 "여기 아직 그대로 있네요"라고 할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아내 문연숙)

제일조명-외부전경 / 김용수

제일조명은 90년대 후반 직원을 13명까지 두고 업계 1위를 달리며 호황기를 누렸었다. 부강건설, 세원건설, 대창건설, 통일건설 등 지역건설업체 11곳에 조명을 납품해 청주시내 주요 아파트에 들어갔었다.

"노태우 정권이 200만호 주택건설사업을 하면서 부동산 붐이 일었었죠. 80년대 초에 봉명동 등에 주택 많이 들어섰잖아요. 그 때는 일이 하도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IMF 파고는 넘기 힘겨운 상대였다.

"IMF 때 10억2천만원 부도를 맞았어요. 지금 돈으로 100억원은 될 거예요. 그 때 이 일을 접으려고 했었죠."

부도를 맞은뒤 직원들과 회의를 거쳐 월급을 50%로 줄여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기로 했다. 그렇게 3년을 끌고 왔지만 직원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당시 직원들 월급을 200만~300만원씩 줬는데 IMF 때 반밖에 못 주니까 결국 다 떠나가더라고요. 어차피 저는 맨주먹으로 시작했으니까 다시 맨주먹이 돼서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죠."

IMF라는 최대 난관을 '초심'으로 이겨낸 반 사장은 부도를 겪으며 더 단단해졌다고 회상했다.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았다면 겸손하지 못했을 거란다.

40년 가까이 '제일조명'을 지켜온 반덕현 사장과 부인 문연숙씨, 아들 반일형씨가 새해 환한 웃음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용수

직원들이 떠난 자리는 가족들이 채웠다. 지금은 가족 경영체제로 아내 문연숙(60)씨가 매장관리를, 딸 일경(27)씨가 경리, 아들 일형(22)씨가 시공과 판촉을 맡고 있다.

"가족이 하니까 믿고,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들 일형씨는 대학졸업후 6개월째 경영교육을 받고 있다.

"가게는 아들한테 물려주고 퇴직해야죠. 5년 뒤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요즘 트렌드는 'LED'라고 반 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옛날 형광등에서 요즘은 다 LED에요. 백열등은 생산이 중단돼서 안나오고. LED는 친환경이고 절전이 옛날 형광등의 50%가 되니까 전기요금이 절약되죠. 또, 백열등이나 형광등처럼 공기 중의 산소를 태우는 게 아니라 LED는 LED칩 자체가 발광돼서 빛이 발산되는 거라서 산소결핍이 안돼요."

조명등은 예전에는 크고 화려한 것이 인기였다면 요즘은 클래식하고 심플한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제일조명의 다양한 크리스탈 조명기기들 / 김용수

"크리스탈 조명은 불을 켜면 무지개빛이 반짝반짝 거려요. 고급스럽죠. 식탁위에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달면 음식이 더 맛있어 보여요."(문연숙)

40년 가까이 자영업을 해온 반 사장의 새해 소망은 내수경기 활성화다.

"새해에는 내수경기가 활발하게 돌아서 가정에서 헌 조명을 교체해서 집안을 더 밝게 꾸몄으면 좋겠습니다. 집이 훤해야 좋은 기운이 들어오니까요. 집안에 조명 하나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고, 생기가 돌 거예요."

아내 문연숙씨의 계획은 소박하면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10년만 더 해서 충북에서 제일 오래된 '제일조명'이 충북에서 '제일'이라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어요."(문연숙)

반덕현 대표와 부인 문연숙씨가 납품할 조명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 김용수

지역토박이답게 반덕현 사장은 지역사회 봉사에도 소홀하지 않다. 도지사 표창을 두 번 받았다. 2015년부터 성안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고, 8년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총 12년이다. 2001년 국제라이온스클럽 충북지구(355-D지구) 사무총장을 지냈고 지금은 자문위원을 하고 있다. 저소득가구 LED 교체 등 집수리 봉사에도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지난 여름에 기록적 폭우로 조명창고 두 곳이 침수돼서 3천만원 피해를 봤어요. 수혜 지원금은 100만원밖에 못 받았지만 시청 공무원들이 와서 창고 물 퍼주고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지역 조명업체 터줏대감인 반덕현 사장은 '지역사회는 함께 사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봉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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