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일러스트 / freepik

광고업계의 그루 '로리 서덜랜드' 오길비 그룹 부회장이 TED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15년 전 쯤 엔지니어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기차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을까 회의를 했는데 엔지니어 들은 60억 파운드를 들여서 런던에서 도버해협까지 선로를 완전히 새로 건설해 3시간 30분 소요되던 여행시간을 단축시키자고 했다."

하지만 로리 서덜랜드는 광고장이로써 그것은 기차 여행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치고는 상상력이 부족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방법은 철로에 60억을 쓴 나머지 기회비용을 날리는 방법이라면서 선로대신에 전 세계의 탑 남자모델과 여자 모델을 고용하고 기차에서 공짜로 샤또 페트루스(고급 샴페인)을 여행 내내 따라주자고 했다. 그러면 예산은 30억 파운드쯤 남았을 것이고 오히려 승객들은 기차를 좀 더 천천히 운전해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서덜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열차 주행시간의단축이 아니라 열차를 타면서 누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훨씬 승객들에겐 훨씬 더 멋진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충북도가 지역균형발전 공모사업으로 서울을 출발해 영동 와이너리와 국악광광지를 돌아보는 영동 국악·와인 열차를 운행한다. 서덜랜드가 말한 맥락에서 보면 영동 국악·와인 열차관광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영동이란 조선 세종때 박연이라는 악학별좌를 배출한 곳이며 전국 포도 생산량의 12.8%를 차지하고 해마다 세계와인 품평회에서 대상을 쓸어오는 곳이 아니던가. 이미 낙동강 오지 협곡을 달리는 서울~정동진간 V트레인과 경북 영주~봉화 분천역 A트레인은 주말엔 티켓을 예매하지 않으면 타지 못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살고 있다. 인생이란 빠르던 느리던 어차피 한번 뿐. 영동 국악·와인 열차는 빠름 속에 포기하게 되는 인생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소확행'기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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