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이룬 꿈, 회원들과 공 차고 땀 흘리며 함께 이룹니다"

오송바이오FC 회원에게 지도강사가 된 나승학씨(뒷줄 오른쪽 첫번째)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약처 단지 내 축구장에서 일요일 아침 축구공 하나로 회원과 함께 담을 흘힌다. 나 강사는 "회원들이 부상을 입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운동과 친목도 중요하지만 페어플레이를 기반으로 부상을 사전에 막는 것이 막중한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나승학 지도강사와 단원들이 경기를 마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축구로 건강한 아침을 열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매주 일요일 아침 축구공 하나로 회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5일 오전 6시 50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약처 단지 내 축구장에는 오송바이오FC 회원들이 몸을 푸는데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송읍사무소 주민자치프로그램인 '축구교실'이 열린다. 오송바이오FC는 등록된 회원수만 50명에 달하고 매주 훈련과 교육에 참석하는 회원들도 30명이 넘는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가입돼 있는 오송바이오FC의 중심에는 지도강사 나승학(26)씨가 있었다.

"저희 아버지도 오송바이오FC 출신이에요. 그렇다보니 저도 회원으로 등록해 몇년 전부터 아버지를 따라 축구교실에 왔었죠."

어릴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나 씨는 이미 오송바이오FC와 인연이 깊었다. 축구교실 회원으로 필드를 달리던 그가 지난 2017년부터는 지도강사로 초빙돼 회원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 씨와 회원들 사이에는 거리감 없는 형제애가 자연스럽게 풍겨져 나온다. 그는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회원들의 참여도가 더 높다고 자부했다.

오송바이오FC 회원들이 지도강사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있다./신동빈

평소엔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일지라도 훈련 중에는 회원들도 나 씨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나 씨는 훈련 중에는 강사와 회원의 자격으로, 훈련이 끝난 뒤에는 인생의 선배와 후배로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맡고 있는 축구교실이 원래는 1979년 '강외FC'로 시작해 지금의 오송바이오FC까지 이어진거라고 하더라고요. 올해로 40년을 맞은 축구교실의 맥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보고 난 다음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는 나 씨. 그가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 나경운 씨가 있었다.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했었던 그의 아버지는 나 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운동 생활을 적극 지지했다.

오송바이오FC 회원들이 패스&런 훈련을 하고 있다./신동빈

그렇게 가족의 한결같은 응원과 보탬으로 나 씨는 축구 지도사로, 그의 동생 나승빈 씨는 현재 청주FC에서 선수로서 필드를 누비고 있다. 동생과 프로 무대에서 함께 경기를 치뤄보고 싶은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나 씨. 그런 그가 이른 나이에 축구지도사로 나선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대학시절 반복된 부상으로 수술을 받을 때는 눈 앞이 캄캄했죠.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나 씨는 청주대학교에 입학해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중 총 4번의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그의 대학생활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수술과 재활훈련으로 반복된 시간이었다. 1학년 때 왼쪽 발목을 다치고 난 뒤 다음해 오른쪽 발목을 다치고, 오른쪽 발목이 회복되자 다시 왼쪽 발목이 말썽을 부렸다. 결국 양쪽 발목을 각각 두차례씩 총 4번의 수술을 하고 나니 졸업식이 코앞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에게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오송바이오FC 회원에서 지도강사가 된 나승학씨 남다른 애착으로 50명의 회원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축구단을 이끌고 있다./신동빈

나 씨가 유소년 축구선수로 활동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상 한번 당하지 않았던터라 그 시간은 더욱 길고 더디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필드 위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남모르게 눈물도 여럿 훔쳤다.

당시 그에게 훈련은 부상으로 인한 재활훈련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속 시원히 원망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부상은 선수의 부주의와 재발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그러던 중 그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그의 선수생활을 옆에서 지켜봐 오던 조민국 청주대 축구부 감독과 이을용 FC서울 코치였다.

"선수생활은 끝났다고 좌절했을 때, 두분이 오시더니 지도사는 어떻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순간 번뜩했어요. 선수생활 말고도 내가 축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빛을 본 것만 같았죠."

그렇게 조 감독과 이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는 지도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변화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 씨는 단숨에 축구 지도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여자축구부 코치까지 맡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송바이오FC 지도강사로 나서며 '재능기부'까지 하게 된 것이다.

오송바이오FC 회원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스트래칭을 하고 있다./신동빈

부상의 경험으로 그는 회원들이 부상을 입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나 씨는 운동과 친목도 중요하지만 페어 플레이를 기반으로 부상을 사전에 막는 것이 막중한 사명감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아침 축구장에서 회원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회원들이 지루해 할 수 있는 몸풀기 운동을 반복해서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날도 회원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고 있던 나 씨는 아침 운동이 주는 힘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 기상해 다소 굳어있는 근육으로 운동이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운동을 마친 뒤에는 남다른 희열감과 뿌듯함이 엄청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게 나 씨는 매주 일요일 아침 회원들과 상쾌한 아침을 나누기 위해 내일도 '지도사'라는 명찰을 달고 질주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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