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도 청주에 몰래 카메라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이다. 책제목의 주제인 ''직지심체요절''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禪宗)의 깨달음 귀절에서 나온 것이다.
 즉 ''참선하여 사람마음을 바로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부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직지는 자아를 찾는 깨달음의 이야기다.
 직지 몰카는 술자리나 사생활 등을 찍는게 아니라 정채봉의 동화처럼 ''마음을 찍는 사진기''다. 사람의 밝은 마음, 검은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더라면 얼마나 편리할까만은 아직 그런 사진기는 발명되지 못했다.
 직지는 자신의 마음을 찍는 셀프 카메라다. 사람이 가진 마음을 그대로 바라보고 찍는 형이상학적인 사진이다. 세상에 죄를 짓고 감출 수는 있어도 양심의 거울에 비춰보면 감출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청주권의 문학모임으로 ''마음을 가리키는 시''가 있다. 이 동인지의 표제는 바로 직지심체요절의 지심(指心)에서 따온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머리에 있는가, 가슴에 있는가. 위치를 알 수도 없거니와 굳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의 위치가 해부학적으로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내재된 바른 마음을 어떻게 찾느냐에 있다. 이 양심의 화두는 끊없는 수행과 참선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그 깨우침의 이야기는 수천년을 통해 이어진다. 과거 장엄겁 때 나신 비바시 등 3불(佛)과 현겁 때 나신 석가모니 4불을 포함하여 일곱 부처님의 극히 간략한 게어(揭語)를 필두로 직지는 태동한다.
 그 법통을 이어받아 인도의 제1조인 마하가섭 이하 제28조인 보리달마까지의 28존(尊)과 달마를 시조로하는 중국의 혜가선사 등 5조사(五祖師)와 그 각 법맥을 이은 후세의 여러 고승, 안국대사에 이르기까지의 법어중 하일라이트만 뽑은 것이 바로 직지의 내용이다. (이세열)
 선(禪)의 요체만을 뽑은 직지는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 한국에도 청주 흥덕사본이 있고 여주 취암사본이 있다. 그중 1377년(고려 우왕3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직지는 백운화상이 초록하였고 백운화상이 입적한후 그의 제자 석찬, 달담이 편찬했는데 이때 비구니 묘덕(妙德)이 시주를 하였다.
 여러 직지중 유독 청주 흥덕사본이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것은 바로 금속활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일은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78년 앞선 것이다. 원제는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나 책 제목이 너무 길어 약칭 ''직지심체요절'' 또는 ''직지''로 불린다. 흥덕사에서 찍은 상·하권중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직지의 바른 마음으로 정진한다면 굳이 청주에서 몰래카메라가 등장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부디 직지의 곧은 정신으로 한때 몰카로 실추된 청주의 명예를 추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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