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천 영화 촬영지 계곡 익사사고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하루도 안돼 피서객 밀집… 안전장치는 '인명구조함'뿐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 28일 오후 2시.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 '취적대' 계곡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계곡으로 멋지게 다이빙을 했다. 많은 피서객 인파 속에서 계곡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그는 몇 초 후 입속에서 물을 내뿜으며 깊은 함숨과 함께 계곡 물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지난 27일 이곳 계곡에서 20대 남성 2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익사사고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다.
언제 사망사고 일어났냐는 듯 100여명의 피석객들은 이곳 계곡에서 피서를 즐겼다.
한쪽에서는 친구들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캠핑 장비를 이용해 고기를 굽고 있었다.
또다른 곳에서는 30대 남녀가 자녀들과 함께 미리 준비해 온 음식물을 풀어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피서 인파는 계속 몰려들었다. 20분 정도를 머무르는 동안 10여명 이상의 피서객들이 이곳 계곡을 찾았다.
도로에서 계곡으로 내려 가는 길은 가파른데, 피서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성큼 뛰며 계곡으로 향했다. 자칫 미끄러질 경우 계곡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한쪽 구석엔 인명구조함 설치돼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A씨는 "이곳에서 (어제) 익사 사고가 났다는 것을 여기와서 알았다. 아이들에게 계곡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접한 도로에는 피서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가득했다. 계곡 인근의 간이 화장실 옆에는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또 한쪽 구석에는 '물놀이 중 사망사고 발생지역' 이라는 문구가 걸린 현수막이 걸려 있어지만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현수막은 지난 27일 익사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설치한 같다고 피서객들이 귀뜸했다.
피서객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사망사고 현수막과 안전구조함 설치가 전부였다.
계곡 인근 주민 B씨는 "지난 27일 발생한 익사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2018년 이후 부터 이 계곡에서 익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기관에서는 안전사고를 막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 계곡을 '취적대'라 부른다.
학현리와 도화리 경계선에 위치한 이곳은 여름철이면 하루 수백명이 찾을 정도다.
특히 2008년 영화 '쌍화점'의 촬영지이기도 해 유명세를 탔다.
'쌍화점'에 출연한 왕(주진모)의 친위부대인 건륭위 소속 무사들 수십명이 이곳에서 목욕을 해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계곡이다.
계곡의 크기는 길이 20m, 넓이 10m의 크기다.
깊이는 물이 없을 때는 2m정도지만, 물이 많으면 3~4m도 넘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5시 54분께 이 계곳에서 20대 남성 대학생 2명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천에서 친구 5명과 함께 물놀이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