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규모 방 5개 냉방기 1곳뿐… 청주 무더위쉼터 방문자 줄며 관리 '허술'
천장 벽지 떨어지고 곰팡이 펴 방안 곳곳 폐기물 산적 처치곤란 "올해 여름나기 더 힘들다" 호소
[중부매일 임양규 기자] 10일 오후 1시30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 무더위쉼터인 밤고개경로당은 김정숙(81·여)씨와 전옥남(84·여)씨가 방 안에 함께 있었다. 낮 최고 35도 안팎의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무더위쉼터는 2층짜리 규모에 방이 5개나 되지만 냉방기기(에어컨 1대·선풍기 1대)가 설치된 곳은 1층의 방 1개(9.9㎡·3평 규모)뿐이다. 화장실과 부엌을 오갈 때 빼고는 이 방에서만 생활한다.
김씨는 "이전에는 32도만 돼도 한여름이었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기온이 높아져서 점점 여름철을 보내기가 힘들어진다"며 "에어컨 1대와 선풍기 1대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쉼터 바로 맞은편이 집이라 다행이지만 김씨는 자택에서 도보로 20분가량 걸리는 거리에 산다. 고개를 넘어와야 이곳에 당도할 수 있다.
쉼터를 오기 위해서는 찜통더위를 이겨내야 함에도 무더위가 시작된 후부터 집에 있는 시간보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김씨는 "점심을 일찍 먹고 얼른 쉼터로 출발해야 한다"며 "제가 경로당 총무라 문을 열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집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무조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낮 2시 기준 청주지역 낮 최고기온은 34.8도였다.
청주시에서 지정한 무더위쉼터지만 시에서 지원해주는 생수도, 정수기도 없다. 김씨와 전씨는 더위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리차를 끓여 냉장고에서 식혀 먹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방문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김씨와 전씨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주 방문층이다 보니 무더운 날씨에 오기가 쉽지 않다.
방문자 발길도 끊어지면서 관리도 허술해 졌다.
실제 이들이 쓰고 있는 방 벽면에도 곰팡이가 퍼져있었고 2층 한 방에서는 천장 벽지가 떨어져 있었다.
방안 곳곳에 버려야 할 폐기물들이 쌓여있지만 이마저도 처치곤란이다.
시에서는 경로당 이용 인원에 따라 반기별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 경로당은 7~12월 108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여름철 냉방비에 겨울철 난방비까지 이 돈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쉼터 내 쌓인 폐기물들로 8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김씨는 "지원금 받은 거로 쉼터 전기세, 수도세 등도 충당해야 하는데 80만원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면 이제 에어컨도 못 튼다"며 "이번 여름나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경로당을 관리하는 내덕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는 지원금에서 자체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80만원 견적이 나온 것은 처음 알았다"며 "직접 방문해보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난 5월부터 오는 9월 말까지를 '무더위쉼터 여름철 대책 기간'으로 잡고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경로당과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864개 쉼터를 운영 중이다.
읍·면·동별 무더위쉼터는 국민재난안전포털, 행정안전부의 휴대전화 앱 '디딤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