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라이프솔루션 기자단 6기 - 1. 로컬푸드
생산·소비자간 거리 좁혀 건강·환경 지키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수확 직후 전달 농산물 신선도 유지 청주농기센터 개장 ‘한소쿠리’ 매장 재배 방식에 따라 바코드 색깔 구분 개인 기준에 맞는 먹거리 선택 가능 현대사회 청년층 영양불균형 문제 지역 농산물 활용 식단 ‘실천 대안’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우리가 매일 먹는 농산물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식품은 장거리 운송과 장기 보관 과정에서 신선도와 영양이 저하되기 쉽고, GMO(유전자변형작물) 품목이 많아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나 장내 환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어떻게 길러졌는가’에 집중한 로컬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 편집자
# 왜 로컬푸드여야 하나?
로컬푸드는 수확 직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므로 보존제나 인공 숙성 과정 없이도 높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채소나 과일 속 항산화 물질, 비타민, 식물 방어 성분 등 열에 약한 생리활성 물질이 온전히 전달된다는 의미다. 특히 제철에 재배된 지역 농산물은 식물 스스로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생화학적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맛과 향이 진하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유통 거리와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식재료 표면의 자연 미생물군, 즉 식물 공생균이나 유익 미생물이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된다. 단순히 신선한 음식 그 이상으로, 우리 몸의 생리적 리듬과 맞닿은 식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환경 부담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신선함, 영양학적 이점, 사회적 가치가 어우러진 로컬푸드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삶의 질을 바꾸는 선택지다. 이에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개장한 청주지역농산물 직매장 ‘청주로컬팜 한소쿠리’ 현장을 방문해 로컬푸드 유통과 소비과정을 살펴보았다.
#청주로컬팜 ‘한소쿠리’를 가보니
청주의 남이면에 잔디밭이 펼쳐진 로컬팜 한소쿠리에 방문했다. 이곳은 단순히 먹거리를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장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오이, 애호박 같은 싱싱한 채소들과 복숭아, 참외 등 여름 제철 과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들은 대부분 청주에서 재배된 것들이다. 무농약, 유기농, GAP 인증을 받은 품목은 물론이고 일반 재배 농산물까지 제철에 맞춰 가장 신선한 것들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복숭아와 같은 제철 과일은 단가가 높은 만큼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소비자들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이 모든 먹거리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신선하게 도착하는 걸까? 농민이 포장해 가져온 작물은 센터에서 바로 바코드를 부착한 뒤 매장에 진열된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판매 수익은 농민에게 그대로 돌아가고 소비자도 거품 없는 가격에 건강한 농산물들을 즐길 수 있다. 직매장 안을 둘러보니 유기농 햇감자부터 낭성면에서 온 이승례 푸드의 손만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즐기기 좋은 우리밀 간식까지 이웃집에서 금방 건네받은 듯한 날 것의 신선함이 가득했다.
청주 옥산에서 농사를 짓는 이상현(47)씨는 애호박, 오이, 대파, 시금치, 아욱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처음에 매장에 오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해봐야겠다 싶었죠” 이상현 씨는 틈새를 보고 도전했고 지금은 로컬팜에 빠질 수 없는 생산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화학비료 대신 옛 방식 그대로 농사 짓는 이상현 농민은 가격을 정할 대도 손해를 보더라도 착한 가격에 공급하고 싶다는 마음을 고수하고 있다.
로컬팜 한소쿠리 매장에 진열된 농산물에는 색깔 있는 바코드가 붙어 있었는데 이는 재배 방식에 따른 구분을 의미하고 있다. 유기농과 무농약은 초록색, GAP인증은 주황색, 일반 농산물은 보라색. 이 단순한 색 구분 하나만으로 소비자는 어떤 방식으로 재배됐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고, 자신의 기준에 맞는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다.
유기농 농산물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윤작과 같은 유기적 재배 방식을 따른다. 무농약 농산물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되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⅓이하로 최소화한 방식이다. GAP 농산물은 생산부터 수확, 유통 전 과정에서 위해 요소를 안전하게 관리한 농산물이고, 일반 농산물이라도 청주시농업기술센터의 잔류농약 검사를 거쳐야만 진열대에 오를 수 있다. 매주 1~2회, 무작위로 농산물을 선별해 검사를 진행하며 이 같은 꼼꼼한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도 치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엽채류는 1~2일, 근채료는 6일 이내에만 판매되며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센터 내에서 폐기되거나 생산자가 직접 회수해간다. 16도 냉장고가 24시간 가동되며 빠른 회전율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로컬팜의 신선도 유지룰 도와준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와 생산량의 급격한 차이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충북 관내의 친환경 농산물 위주로 공급을 전환하거나 인근 지역에서 대체 품목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로컬팜 한소쿠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것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수곡동에 사는 이향선(60) 씨는 로컬팜 직매장을 처음 생겼을 때부터 꾸준히 이용해온 단골이다. “야채는 여기서 사요. 싱싱하고 건강에 좋아요.” 이향선 씨가 로컬푸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과 건강이다.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직매장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역 로컬푸드에 대한 홍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그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는 점은 해결해야 될 문제다.
#일상에서 로컬푸드를 활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로컬푸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사실 로컬푸드를 식단에 적용하는 것은 그다지 거창한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는 식재료 중 일부를 로컬푸드로 바꾸어 주면 된다. 수입 식품 대신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사는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과 연관지을 수 있다. 국가통계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성인 영양 섭취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으로는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조리 지식 및 조리 시간 부족으로 외식,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 등에 의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 결과 지방, 당, 나트륨 섭취는 과잉이고, 비타민, 무기질 등의 미량영양소는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먹는 한 끼 식단을 생각해보자.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고, 김치는 소금, 새우젓 등의 양념을 적게 해서 만든 것으로 먹는다. 일반 된장국을 먹기보다는 저염 된장을 이용하고 채소를 많이 넣은 된장국을 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채소 섭취를 늘리는 데에 더 좋은 방법이다. 제육볶음을 먹을 때는 상추, 깻잎 등의 쌈을 곁들여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식단 구성에서 사용되는 현미, 상추, 깻잎, 된장, 제철 채소 등은 모두 로컬푸드로 대체할 수 있다. 기존 식단의 틀은 유지하면서 식재료의 출처만 지역 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변화를 실현할 수 있다.
로컬푸드는 신선도와 영양 면에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유통 거리 단축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매장을 통한 유통 구조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를 형성하며 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의 영양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활용한 식단 구성은 단순하더라도 충분히 실천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의 가치를 인식하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지역사회 전반의 식생활 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 현태선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로컬푸드 활용 건강한 식습관 형성,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예방”
현태선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청년층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C, 엽산이며 이는 뼈 건강과 생리작용에 필수적”이라면서 “이들은 녹색잎채소, 과일, 콩 등 식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데, 정작 청년층은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로컬푸드의 섭취를 강조했다.
단, 현태선 교수는 로컬푸드를 이용한 식단을 계획할 때 다음의 두 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균형·다양·충분·절제’의 네 가지 원칙을 반드시 고려한다. ”균형이란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의 다섯 가지 식품군을 모두 포함하는 식사를 말하며 다양이란 같은 식품군 내에서도 다양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충분이란 각 개인에게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을 의미하며 절제란 당, 나트륨, 지방, 술 등을 과잉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로컬푸드를 포함한 모든 건강한 식단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효식품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은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유기산, 유산균 등이 풍부한 전통음식이다. 그러나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 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따라서 김치류는 나트륨 함량을 줄여 저염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고,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의 경우는 다양한 채소를 넣고 저염 된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나트륨을 줄이는 동시에 맛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저염 장류 제품이 출시되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
끝으로 현 교수는 “로컬푸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조리법을 익히고, 식재료의 생산지 및 계절에 맞는 식단 구성에 익숙해짐으로써 가공식품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이로써 신선하고 가공이 덜 된 식품 위주의 식단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 중부매일과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은 올해 ‘라이프 솔루션 대학생 기자단 6기’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라이프솔루션 기자단은 대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6기 기자단은 로컬푸드, 복지정책, 시니어 디지털 교육을 주제로 취재와 기사작성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아이템 발굴 회의, 기사쓰기 교육, 신문사 견학, 현장 취재 등 멘토링을 통해 총 3개 팀으로 나눠 3회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