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물류센터 화재, 구조적 대책 필요
충남 천안 풍세산업단지 이랜드 패션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또 한번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마주해 온 물류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에도 건물 전체가 화마에 잠기고 수백 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되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졌다. 의류와 신발 등 가연성 물품이 다량 적재된 환경, 샌드위치 패널 구조, 복잡한 내부 동선은 외부에서 뿌린 물이 내부까지 침투하기 어려워 불길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접수 7분 만에 대응 1단계, 50분 만에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장비 150대와 소방관 430여명을 동원해 초기 진압에 나섰지만, 지난 15일 화재 발생에서 17일 진화까지 사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건물에는 총 1천100만장의 의류와 신발이 보관된 것으로 파악돼 피해 규모와 피해액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일에도 건물 내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불과 9일전 일어났던 화재 사고에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 대처 했다면 이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또 해당 물류센터는 화재 3일 전인 지난 12일 풍세산업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소방 당국의 화재 예방 간담회에 참석해 안전관리와 화재 초기 대응 등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교육이나 간담회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자리가 그저 회의와 교육, 현장 방문을 실시했다는 서류상의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끝나선 안 된다.
또 문제는 이번 화재가 과거 이천, 김포, 용인 등에서 발생했던 대형 물류센터 화재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온라인 유통 확대와 함께 전국 각지의 초대형 물류센터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는 안전 관리체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이제 단순한 창고 개념을 넘어 대규모 노동이 이뤄지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기준과 관리 감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천안시는 이번 화재로 전기 공급이 끊긴 인근 기업과, 분진·연기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후 산업단지와 대형 물류창고, 배터리 제조업체 등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재난상황팀’을 신설해 24시간 상시 운영 체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적했듯이 이는 천안시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현재의 규제 체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또 지자체, 소방당국, 각 기업은 다시한번 겨울철 화재 위험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현장 맞춤형 화재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화재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최선의 대책이다. 더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