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현수막’ 1년간 266개 체육회 예산 ‘펑펑’

청주시체육회장 도넘은 정치행보 2. 현수막 정치 11개 시·군 명절 인사 포함하면 300여개 설치 시민단체 “직위 과도하게 활용, 부적절한 처사”

2025-11-19     김수연 기자
▲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에 위치한 청주시체육회의 모습. /김성렬

[중부매일 김수연 기자] 수당은 4배, 출연금은 3만~4만명 시·군 규모로 축소한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의 ’현수막 정치‘는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내년 6월 충북도교육감 출마가 유력한 김 회장은 최근 ‘제23회 청원생명쌀 대청호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환영하는 현수막 40개를 제작해 내걸었다. 해당 현수막에는 본인 사진이 들어갔다. 설치 위치는 청주시내 주요사거리 40곳으로, 행사가 열린 상당구 문의면과 상관없는 장소지만 유동인구가 많다면 설치장소로 선택됐다.

김진균 회장의 현수막 홍보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주시체육회를 통해 제작된 현수막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제작한 현수막도 추가로 설치됐다. 체육회를 통한 현수막에는 본인을 ‘청주시체육회장’이라고 지칭했지만 본인이 제작한 현수막에는 ‘현) 청주시체육회장’, ‘전) 제18대 충북교육감후보’라고 게시했다.

▲ 청주시 일대에 부착된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 현수막

내용은 ‘제23회 청원생명쌀 대청호 마라톤대회 참가선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송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 안전을 위해 운전자 여러분의 안전운전을 부탁합니다’,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 등으로 평범했지만 김 회장의 얼굴은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이 현수막들은 청주뿐만 아니라 단양, 충주 등 도내 곳곳에 걸렸고 한눈에 봐서는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균’ 개인의 얼굴을 알리는데 시체육회 명함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주시체육회 홍보현수막 제작 내역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24년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본인의 얼굴이 들어간 홍보현수막 266개를 설치하면서 총 936만6천500원을 썼다. 제작 예산은 청주시체육회 특별회계로 집행됐다. 일부 현수막은 명절인사 등을 명목으로 청주시 외 11개 시·군에 나붙었다. 개인적으로 제작한 현수막까지 포함하면 300개 이상을 도내에 설치한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체육회 관계자 A씨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체육회를 통해 제작해야 하는 줄 알아서 체육회를 거쳐 특별회계로 제작됐었다”며 “선관위를 통해 위반 논란이 없다고 확인돼 하반기에는 개인적으로 제작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 부회장, 이사들이 납부하는 출연금은 특별회계로 포함돼 홍보비 등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실 전 체육회장 당시에는 현수막을 거의 제작하지 않았다”며 “본인 얼굴이 들어간 현수막뿐만 아니라 현수막 자체를 잘 걸지 않았다. 대회 참가 모집만 게재한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내년 충북교육감 후보자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육회라는 이름으로 필요 이상의 현수막을 게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름 알리기를 위해 본인의 직위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건 부적절한 처사고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