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무대에서 빛난 ‘실용외교’의 방향성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프랑스·독일과의 양자 정상외교등 다자외교를 연이어 진행하며 ‘실용외교’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G20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복합위기가 중첩된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 중심 외교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보여준 무대였다. 핵심광물·에너지·AI·방산 같은 실질협력은 물론,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까지 주요 파트너들과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실용성과 전략성이 동시에 돋보였다.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하며 미래지향적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독일과의 회담에서도 양국은 에너지·핵심광물·방산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독일의 분단 극복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언급하며 통일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를 주요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외교적 공감대를 넓히고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G20 본회의 발언에서도 실용외교의 색채는 뚜렷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재난 리스크, 식량안보 등 인류 공동 의제를 한국의 정책 경험과 연계해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고속도로’,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 ‘햇빛소득·바람소득’ 같은 공유 모델은 한국식 기후·에너지 전환 정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며 기후체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의 글로벌 책임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아프리카와의 연대 및 협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G20이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삼은 만큼, 한국은 디지털 역량 강화, 식량원조, K-라이스벨트, 여성·청년 대상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 전략적 관계 확대로 나아가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2028년 G20 의장국을 수임하게 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UN 안보리, APEC 정상회의에 이어 G20 의장직까지 맡게 되면서, 한국은 국제 다자무대에서 실질적 의제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복합 위기 시대에 글로벌 거버넌스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한국이 글로벌 의제 설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넓어졌다.
실용외교란 이념이나 진영이 아니라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외교다. 이번 G20 무대에서 드러난 한국의 외교 행보는 이러한 기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실질 협력을 기반으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책임 있는 중견국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다.
이번 G20에서 확인된 실용외교의 성과를 발판 삼아, 국익 중심의 외교기조가 더욱 공고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