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홍보 ‘통상적 범위’ 여부 진상조사 필요

청주시체육회장 도 넘은 정치행보 4. 선거법 문제 없나 예산수립·직접 출연 결정·방법 등 선관위·지원한 청주시도 나서야 체육계 “기호만 붙여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 회장 행보 과하다” 법조계 “유권자에 선전효과 발생한다면 사전선거운동 해당될수도”

2025-11-24     박은지 기자
▲ 지난 8월 22일경 미평사거리 인근 전봇대에 게시된 김진균 회장의 참가선수 환영 현수막. /중부매일DB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의 전방위적 홍보가 사실상 차기 충북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방식이 허용될 경우 향후 기업인이나 각종 단체장들이 자체 홍보를 명분으로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 확보 취지로 체육단체장은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또는 지방의회 의원직을 겸할 수 없게 국민체육진흥법까지 개정했으나, 정치현장에서는 체육회장들이 선거운동을 위한 발판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청주시체육회장의 대청호 마라톤 홍보 행위가 통상적인 행사 홍보였는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한 행위인지는 홍보계획 수립과 내용, 예산 배정 등에 대해 선관위 등 관련기관과 청주시, 체육회 내부의 진상조사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 체육계 인사 “선수지원이 역할인데…해도 너무한다”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은 2025년 대청호마라톤 행사 홍보를 이유로 자신의 얼굴이 등장하는 사진과 방송용 동영상을 세 종류로 제작했다. 김 회장은 행사 홍보만으로는 부족했다 판단했는지, 종료 후에도 ‘마라톤 행사 참여 감사’ 광고까지 제작해 장기간 송출했다. 체육회장이란 타이틀로 자신의 얼굴과 직함을 반복적으로 노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체육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했다.

체육계 관계자 A씨는 “체육회장은 선수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역할이 중심인데 현 청주시체육회장의 행보가 해도 너무 한다는 평이 많다”고 비난했다.

◇ 선거법은 ‘모호’

김진균 회장은 현수막이나, 대청호 마라톤 방송 광고 내용과 방법 등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선관위와 경찰 역시 법령에 명시된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위법한 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의 위반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판단 가능하다”면서 “현수막 하나가 걸리더라도 문제소지가 있다면 법적으로 즉시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향후 전방위적 홍보를 염두에 둔 예비 출마자들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내부 논의를 거쳐야 될 사항”이라고 답했다.

충북 경찰 관계자도 “선거법 위반의 핵심은 내년 선거를 언급하거나 ‘지지를 부탁한다’는 식의 문구나 발언”이라면서 “선거일 120일 이전에 전방위적인 홍보를 한다해도 사실상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제재할 방법은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 정치적 중립 취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후퇴

정부와 체육계는 자치단체장이 체육회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기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했다. 특히 체육회 예산과 조직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폐단을 막기위해 장기간 논의와 진통 끝에 지난 2020년 1월부터 개정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체육회장은 민간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청주시체육회의 경우 출연금 삭감 등 회장이 부담할 부분은 최소화하고, 선거를 염두에 둔 얼굴알리기 등 정치적 행보는 오히려 극대화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충북 일부지역 체육회장 역시 군수 출마, 지방의원 출마 예비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사실상 직위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에 몰입하는 등 법개정 취지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체육회장 통상적 업무 범위·사전선거운동 여부 규명 필요

김 회장의 과도한 홍보 행위는 이례적이고, 의도도 충분히 엿볼수 있는 사안이라 통상적 직무 범위냐, 그렇지 않냐 여부에 대해 선관위 등 관련기관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체육회가 보조금을 받는 단체인데다, 대청호마라톤 행사 역시 보조금이 집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 회장이 직접 출연하는 광고 홍보물은 이전 행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례다.

이에 따라 홍보 방식과 예산, 의사결정 과정 등을 따져 회장 직무와 마라톤에 김 회장 출연과 얼굴 내밀기가 필요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실정이다. 청주시, 시의회, 체육회 역시 재발방지를 위한 실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혁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공적 조직의 지위를 가진 분이 이런 행보를 보이신다는 건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교육감 출마를 염두에 두셨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에 더 코멘트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계 인사 B씨는 “체육계에 오래 몸담고 일해오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청주시체육회장이 지금 내건 현수막에 기호만 붙여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라고 비난했다.

김혜은 법률사무소 율친 변호사는 “체육회 예산을 이용해 TV, 플래카드, 옥외광고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체육회가 아닌 본인의 경력이나 비전등을 전방위적 홍보를 하는 것은 그 시기가 선거일 120일 이전이라 할지라도 ​홍보의 규모, 방법, 내용 등이 종래의 직무상 홍보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고, 실질적으로는 유권자에게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선전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직무상 행위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직무상 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나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 명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