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잔치가 한창인 요즘, 문의 대청호와 불당골 입구 청소년수련관 일대에서는 또다른 환경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외 작가 40여명이 대청호반곳곳에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드는 광경이 상춘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일명「아홉 용머리 축제」로 불리는 제5회 대청호국제환경미술제가 개막된 것이다.

지난달 24일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실내전을 개막한 것을 필두로 하여 오는 5월8일가지 청주와 대청호 일원에서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이 봄바람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작업과정을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때때로 작업에 참여시키는 것은 환경미술제가 결과보다는 과정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환경미술은 과정주의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지고 보면 환경의 변화나 인류의 삶 자체는 과정주의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전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실은 경기의 과정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에 천착하여 소중한 삶을 망치기 다반사다.

어떻게 하든 정답을 맞추면 그만이고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라는 결과주의가 편법, 불법을 부채질하고 급기야는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오고 있지 않은가.

예술과정주의는 결과론에 중독된 삶의 형태에 청량한 메세지를 전달해 주면서 이 세상의 모든 형상들이 과정주의를 선호할때 위치를 정립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인간성의 회복의 소리를 절절이 담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미술제 주제를 에코(메아리)로 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동해안 산불로 백두대간의 척추 일부가 앙상한 뼈마디를 드러내고 있다.

나무가 없는 곳에 어찌 메아리가 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구는 대기오염과 황사바람 등으로 멍들어 있으며 이로인해 메아리의 목이 쉬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동의 메아리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기주의의 별은 점차 높아가고 인간의 원초적 감정은 서서히 증발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인터넷상에서는 계산적인 상(商)거래가 나무할뿐 감정의 교류는 빈곤하다.

대청호환경미술제는 박제된 인간의 감정을 부활시키고 고사위기에 있는 자연생명체에 생명수와 호흡을 불어넣는 예술행위다.

그리하여 세계각국의 작가들이 인종, 언어 등을 초월하여「메아리」라는 주제를 향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예술과 자연의 만남을 시도하는 대청호환경미술제는 5회째를 거듭하며 점차우리지역의 특성있는 국제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을 통틀어 보아도 이같은 규모와 개성을 가진 국제행사가 별로 없다.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뮌헨의「톨우드 페스티벌」이나 보스니아의「사라예보 윈터페스티벌」못지않은 국제행사로 착근하리라 기대한다.

새 천년 용의 해를 맞아 아홉 용의 힘찬 용틀임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