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지방조직을 개혁함으로써 작고 효율적인 지방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읍·면·동 기능전환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 사업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서 1백대 국정개혁 과제의 하나로 설정된 이 사업은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작업 완료에 이어 현재 도농 복합시와 군 지역을 대상으로 한 2단계에 돌입해있다. 행정자치부 방침에 따르면 충북도의 경우 청주시와 시범지역인 청원군 남일면을 제외한 10개 시·군 1백21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기능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지난 해에는 10개 시군별로 1개면씩 시범운영하고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모든 읍면에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달 현재 사무·인력조정 관련 자치법규 정비가 전체 1백21개 중 18%인 22개 읍면동에 그치는 것을 비롯, 주민자치센터 조례제정 29%, 주민자치위 구성 20%, 주민자치센터 설치 8%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옥천, 영동, 진천, 단양군에서만 주민자치센터 조례 제정이 이루어짐에 따라 관련 시설 지원비 22억6천만원이 집행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2단계 읍면동 기능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도내에서도 보은군 의회가 지난해 11월 주민의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관련 사업 예산삭감을 결정한 바 있지만 이에 앞선 8월 강원도 18개 시군의회 의장들이 읍면동 기능전환 보류를 건의하는 등 적지않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을 거부 또는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농복합지역과 농촌에서의 읍면동 기능전환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은 국가행정조직 말단의 축소를 통한 지방조직 개혁에 내포된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도-시·군-읍·면·동의 4단계 행정을 3단계로 축소하는데 있어 불가피하게 따르는 행정불편과 민원 야기, 주민의사 경시 등 제반 문제점들이 특히 물리적 공간이 넓은 농촌지역의 경우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센터가 기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과 기능이 중복되는 데 따른 예산낭비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대세를 이룬다.
 정부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단행된 읍면동 기능전환은 그 추진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는 각 기초의회 차원의 관련 조례 제정 보류 및 거부는 획일적 집행에 대한 적극적 반발의지가 내포돼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읍면동 기능전환의 2단계 확산은 대상지역인 농촌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기능 재조정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건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도시지역의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있어서도 주민들의 행정불편을 최소화시키고 좀 더 많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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