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mm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물난리가 났다. 큰 비 피해 없었다던 진천에서도 이틀간 내린 4백여mm 비에 둑이 무너져 주변의 가옥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현재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만도 전국에서 18명이었다. 천재지변이야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아픈 재난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호우주의보와 경보가 발효돼 전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간 와중에도 일부 피서객들이 위험천만한 안전불감증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계곡이나 강가에 야영중인 피서객들 중 경찰과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대피명령을 무시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에 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7일만 해도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에서 야영중이던 일가족 4명이 새벽 3시께부터 계속되던 경찰의 철수명령을 무시하다가 오전4시반께 119 구조대에 구조됐으며, 하루전인 6일에는 괴산군 쌍곡계곡에서도 경고방송을 무시하다가 고립됐던 10대 3명이 2시간여만에 구조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같은 사례가 최근 전국 주요 야영지와 계곡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고를 무시하고 심야에 강과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영금지 지역에 버젓이 들어가는 피서객들 때문에 경찰과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산이나 바다, 계곡 등지에서 야영을 할 때 갑작스런 기상변화에 따른 위험을 늘 경계해야 한다는 건 기본중에서도 기본이다. 특히나 계곡이나 강 유역 등 집중호우시 짧은 시간내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지역에 머무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긴장한 채 기상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런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위험을 경계하고 자발적으로 대처하기는 커녕 순찰차량들의 안전지대 대피경고를 내치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니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알아서 책임진다는 둥, 짐이 많으니 움직일 수 없다는 둥의 변명만 되풀이하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처럼 대피명령을 무시한 결과는 예외없이 사망·실종 등 참사와 장시간 고립에 따른 고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번거로운게 싫다는 하찮은 이유로 고귀한 생명을 잃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그로 인해 적잖은 인력과 경비가 소요되는 것도 되도록 막아야할 사회적 에너지의 소모가 아닐 수 없다.
 산이나 바다, 강가를 찾는 이들이라면 도시에서의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모처럼 대자연의 품에서 원초적인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떠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게 있다. 인간의 오만함과 자만심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엄한 질서에 철저히 승복하겠다는 겸손한 마음이 요구되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어디에서고 큰 참사를 부르는 요인이지만, 특히 알량한 문명의 보호막조차 없이 대자연의 질서에 의탁한 이들에게는 절대 버려야할 독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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