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영동지역에서 복구가 한창이다. 정부에서 영동지역을 특별재해지역에서 제외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충북도와 도의회 대응이 다른 지역에 비해 한참 늦어지니 울화통도 터지지만 그나마 지금은 울화통 터뜨릴 시간과 힘조차 아쉽다.
 그래서 수해복구 5일째를 맞은 5일까지 공무원과 경찰, 군병력은 물론 수많은 민간기업과 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의연금과 각종 생필품을 싣고 영동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도저히 사람 살던 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치고 망가졌으니 필요한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수두룩하다.창졸지간에 당한 일이니 당한 사람이나, 그들을 격려해야 할 사람들이나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일테다.
 그런 만큼 이럴 때일수록 더 세심하게 살피고 물어가며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중요한 것만큼 당장 집 잃고 가족 잃은 수해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장 기본적인 삶의 환경을 갖추어 주는 단기처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일단 나흘만에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다니 가장 시급한 시름은 놓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먹고 자고 씻고 배설하는데 필요한 일상용품들의 부족은 심각하다.
 특히 수해지역마다 생수와 라면 등의 보급은 부족하지 않다지만 하루 세끼 라면만으로 연명하는 건 건장한 젊은 이들에게도 고역이다. 하물며 농촌지역의 연로한 이들은 더 말해 무엇할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밥 제품을 조달하는 방편이 당장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간이 화장실 설치나 가변 샤워시설의 설치도 당연히 늘려야 할 것이다.수인성 전염병 방역약품 외에도 모기 등 해충을 퇴치할 수 있는 살충제도 필요하고,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에 따른 소화불량 환자가 늘고 있다니 그에 따른 적절한 의약품 보급도 서둘러야 한다.
 이같은 물품과 함께 필요한 게 사람들의 손길이다. 물에 잠긴 벼를 털어 세우고 떨어진 과실들을 정리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물에 젖어 뻘 투성이가 된 수많은 옷가지들이며 이불들, 가재도구들도 태산이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씻어서 말리고 치우고 정돈해야 하니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달라 붙을 사람들 수가 많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위로차 혹은 자원봉사차 영동을 찾아가는 외지방문객들이 많다보니 이로 인한 교통 피해 또한 크다고 한다. 좋은 뜻에서 가는 길이어도 현지 교통 사정이 힘들어지거나 먼지발생으로 인한 질환까지 우려된다니 이 또한 무언가 방도를 마련해야 하겠다.
 이처럼 수해지역에서는 바깥에서 예상하는 어려움들을 뛰어넘으며 연쇄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그러니 비록 사소해보인다 하더라도 현지 수해민들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도록 이런 문제들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민원이나 요구사항들을 즉각즉각 접수, 현지와 바깥 지역에 알리고 필요한 물품이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원활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