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휩쓸고간 충북 영동을 비롯 전북과 강원등 수해지역의 수인성 전염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으나 각종 규제와 절차에 묶여 의약품과 의료진의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수재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수해로 집을 잃고 임시거처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이나 수해복구 작업을 하면서 제대로 몸을 씻지 못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 중에 붉은 반점과 가려움을 동반하는 피부병 환자와 눈병 및 설사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수해를 입은 강릉 지역에서는 의사(擬似)장티푸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급 법정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는 초기엔 발열과 설사가 시작되지만 곧 혈변이 나오면서 급속히 확산된다. 따라서 수해지역의 수인성 전염병 등 각종 질병 예방에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를 위한 각종 의약품과 의료진의 지원이 제때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지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영동군내에서도 피해가 극심한 영동읍과 황간면 용산면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의약분업 대상지역으로 지정되어 수해를 입은 주민들이 의약분업 대상 품목인 약품을 구입 하려면 병·의원이나 보건소의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해지역의 일부 병·의원들도 피해를 입었으며 일선 보건소의 경우도 하루 수백명의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등 진료 한계상황을 넘어서고 있어 처방전을 발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따라 영동군을 비롯 주민들은 수해복구 기간만이라도 의약분업 대상 지역을 일시 해제하여 주민들이 의약품을 구입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해달라고 건의 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에대해 관련 규정이 없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도는 수해지역 주민들이 처방과 투약이 동시 가능한 자원봉사 순회 진료팀의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선 보건소가 비축하고 있는 피부약, 주사제, 진통제, 수액제, 항생제, 지열제 등의 전시용 의약품의 경우도 그렇다.
 태풍 루사가 할퀴고간 수해지역의 피해는 전쟁으로 인해 입은 피해 이상이기 때문에믕의약품이 부족해 애태우고 있는 피해지역에 한해서는 수인성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용 의약품을 일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나 일선 보건소에서 비축하고 있는 전시용 의약품의 일시 사용을 위해서는 장관이나 광역단체장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선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형편은 이처럼 느긋하지 못하다. 재해로 인한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 보건지소 등에서는 절대 부족한 피부약 등을 비축하고 있는 전시용 의약품에서 비상 사용한 후 사후에 보충하고 있는 형편임을 감안하여 방역당국은 규제나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수해지역에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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