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파괴력의 천재지변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강릉에서처럼 하룻동안 단위면적당 1m 정도 되는 비가 쏟아붓는다면 달리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하지만 천재지변은 단순히 하늘이 하는 일이 아니며, 지구촌 인류가 자초한 결과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이번 태풍피해와 같은 수해는 지구 생태계 물 순환이 균형을 잃은데서 기인한 것이다.
 지구환경이 자율적 통제기능을 상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대기권에 수증기를 뿜어올리고 빗물을 빨아들이는 나무들을 너무 많이 베어낸 것을 들 수 있다. 나무와 숲, 산림의 기능을 근본에서부터 살피고 장기적 안목으로 검토하지 못한 그릇된 나무정책, 산림정책이 참담한 태풍피해의 원인(遠因)이 되는 것이다.
 산림경영과 자원 운반, 산불 진화 등을 이유로 실시되고 있는 임도개설 사업이 도마에 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도는 집중호우 때마다 유실토사의 주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고, 산불방제 기능이 매우 약한데다 절개사면 남발 등으로 산림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번에도 영동 10곳, 괴산 3곳 등 모두 13곳 1만3천여m의 임도가 사면과 절개지 유실등의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시 나무가 울창한 숲은 스펀지 역할을 하는데 반해 시뻘건 흙이 드러난 임도는 호우에 계속 씻기면서 토사를 저지대로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산불이 일단 발생하면 계곡도 쉽사리 뛰어넘으며 주로 방제용 헬기를 이용한 산불진화가 효율적인 만큼 산불방제 기능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임도 개설시 도로절개를 결따라 하지 않는데다, 임도 개설로 버려진 통나무 등이 집중호우 때 한꺼번에 떠내려와 하류 교각에 걸리면서 수중보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하류지역의 침수를 야기시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이 입증된 산림지역에만 임도를 개설하고 나머지 추진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임도개설 사업은 계속성 여부를 적극 재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도개설 문제와 함께 일부에서는 70년대 산림녹화 차원에서 산간지역에 대규모 식재된 낙엽송 등 뿌리가 얕은 나무들이 태풍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뿌리가 땅속이 아닌 옆으로 펴져가는 낙엽송은 빠른 시일내 큰 재목으로 자라지만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에 강풍이 몰아치면 쉽게 쓰러진다. 그리고 마치 도미노현상처럼 쓰러진 낙엽송들이 주택과 다리 등을 덮쳐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해로 인해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낙엽송을 심지 않고 상수리와 느티나무 등 뿌리가 깊은 심근성 수종을 심고있기는 하지만 낙엽송으로 인한 피해 확산은 근시안적인 산림정책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산림정책, 더 나아가 환경정책 전반을 뿌리부터 다시 살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또 다른 「루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이번 태풍피해의 뼈아픈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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