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6월을 꿈결같이 떠나보내고 한국축구는 유례없는 부흥기를 맞고 있다.
 월드컵 4강신화의 감격을 되새기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3~4위전 카드섹션 문구인 「CU@K리그」를 실천하며 프로축구리그가 펼쳐진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관객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려는 선수들의 역동적 움직임은 수많은 명승부와 격전을 연출해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축구를 성원하는 국민들 마음에 불안감과 초조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세계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서서 위용을 과시하는 한국축구에 대한 꿈이 진정 한여름밤의 꿈처럼 일회성 해프닝으로 굳어버리고 다시 축구변방으로 원위치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불길한 조짐은 우선 썰렁해진 프로축구경기장의 관중석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구름처럼 몰려 와 인산인해를 이루던 관중들은 더 이상 K리그에 없다. 수요일인 11일 열렸던 5경기 관중수는 5만4천여명, 경기장 당 평균 1만8백여명으로 월드컵 이전 수준이다. 지난7월31일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만5천5백여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40여일 사이에 관중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관중동원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학생들이 개학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없게 됐다거나, 월드컵 거품이 사그라드는 당연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그렇지만 썰렁해진 관중석을 보는 심경이 영 불안한 건 관중 급감이 다분히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 있다.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지고 K리그를 지켜본 국민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한국프로축구 현장에서 역동적인 에너지와 출중한 기량을 발견하고 환호했다.
 하지만 그러한 발견의 기쁨도 잠시뿐 곧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는 팬의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구단에게 실망했고, 일부는 지나친 승부욕에 사로잡혀 그라운드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선수들에게 실망했다. 거의 모든 경기마다 오심 논쟁을 야기하는 심판진의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한 운영도 울화를 치밀게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들을 방치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못하는 프로축구연맹의 무기력도 짜증스러웠다.
 꿈★은 이루어진다던 한국축구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하는 건 한국축구의 미래상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태도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2006년 월드컵의 현실적 영광으로 접목시키기 위해 구체적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국민들 요청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에 대한 과도한 집착만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남북 축구경기대회를 계기로 이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박항서 감독의 항명과 이에 따른 경고조치 등 아시안게임대표팀의 전력에 차질을 빚게 하고 한국축구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련의 사태를 촉발시켰다.
 월드컵 동안 체험한 국민적 자긍심과 일체감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축구팬들은 한국축구가 세계최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더이상 동요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축구인들의 각성과 심기일전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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