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는 변화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대체로 변하지 않았던 것중의 하나가 학교건물이었다. 이 땅에 근대교육이 처음 시작되면서 선보였던 모습, 그러니까 사각형 교실들이 일렬로 붙어있고 복도가 그 옆에 위치한 긴 직사각형 건물이거나, 기역자 혹은 니은자로 한번 꺾인 그 형태들이 원형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낯선 고장에 가더라도 학교건물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건물에도 변화의 바람은 찾아왔다. 몇년 전부터 도시지역에 새롭게 들어서는 학교건물들은 얼핏 봐서 학교라고 감잡기 힘들만큼 모던한 감각이 물씬 풍겨난다. 중정이나 로비 등 전통적인 학교공간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고, 도서실, 강당 등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순화를 위해 각종 편의시설과 휴양공간들을 풍부하게 배치하는 등의 디자인 감각이 개입된 건물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건물의 경우 어린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과감한 발상과 화려한 색상을 도입하고 있어 현대적 감각이 두드러지는 고등학교 건물과 대비되는 등의 차이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제는 하늘로 쑥쑥 올라가는 고층빌딩 학교도 등장할 모양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 부지난과 학생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신축되는 학교의 경우 5층 이상 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초설계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1백미터 달리기를 위한 운동장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도시지역 학교의 부지난을 감안할 때 이러한 고층학교 구상은 필연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정된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들을 세워야했던 것처럼 교육을 위한 공간을 더 이상은 지상에서 찾지 못하고 하늘에서 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층학교 구상은 좀 더 세밀한 안전상의 주의와 여러가지 배려들을 담아야만 할 것이다. 우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추락사고 및 기타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다. 수백 수천명의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 약속 아래 동시에 이동하고 활동하는 학교공간의 특성상 아무래도 고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훨씬 크다. 더욱이 안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초등학생들이라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교사나 학생들의 동선이 단층이나 저층건물에 비해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이나 음악 등 특기활동과 식사를 위한 이동 등에 따른 소요시간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 만큼 이러한 다양한 요인과 우려를 감안한 과학적이고 세심한 안전설계와 운용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가령 장애학생들과 일시적 장애를 겪을 수 있는 학생들의 편의도모를 위해서라도 계단을 없애고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한다면 사고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고층학교는 현대문명의 징표면서 동시에 인간성 상실과 소외의 상징이기도 한 고층아파트와 빌딩을 흉내내서는 안된다. 지상에서 멀어지지만 더욱 자연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고, 소통과 연대의 학교공동체로 꾸려갈 수 있도록 인간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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