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차례를 지낸후 몇몇 친구들이 술상을 놓고 모여 앉았다.
 이봐 친구야, 자네는 오랫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그동안 고생도 조금 했었다고 들었는데 말야.
 암, 조금이 아니라 많은 고생을 했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둔 후 마음 고생부터 시작하여 경제적으로도 심한 고통을 받았지. 없는 서러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네. 그래도 자식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일어서 이제는 조금 살만하네. 그래서 이번에 고향을 찾았지 않은가.
 그래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를 위해 건배 한 잔 하지고. 우리 고향의 발전과 우리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좋아 좋아.
 오랫만에 만난 중년의 친구들은 덕담과 함께 술잔을 돌고 돌였다.
 몇 순배가 돌아가자 한 친구가 불쑥 내 뱉는다.
 여보게 친구야. 지구는 지금도 계속 돌고 있겠지.
 아 이사람 설날 아침 떡국을 잘못 먹었나 왠 뚱딴지 같은 소리야. 지구가 돌지 않으면 태양이 지구를 돌아 이사람아.
 에이 이친구 눈치가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군.
 뭐가 말인가. 그럼 무슨얘기를 하려는 거야.
 저친구 얘기는 요즘 우리사회가 너무 어지럽게 돌아가 제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어제 오늘 연이어 터지는 우리 정치권들의 추태를 보게나. 우리같은 민초들이 돌지 않고 어쩌겠는가. 수천만원에 집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 저 친구도 실직후 얼마나 고통을 겪었어.
 맞아 이사람아. 이 친구가 지구가 돌고 있느냐고 반문한 것은 다른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니까 하는 말일세. 정부는 물론 대통령도 국민을 속이고 나아가 대기업이라는 현대 조차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니 허참. 그저 욕뿐이 안나오네 그려. 망할놈의….
 아 알았네. 역시 나는 예나 지금이나 형광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따 이사람 그래도 자네는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던 저 위정자나 고위 공직자와 기업가들 보다는 훨씬 낫구만 그려.
 아니 그나 저나. 정말로 그 많은 돈을 왜 무슨 이유로 북한의 누구에게 어떻게 주었다는 것이여.
 이사람은, 신문도 안보고 방송도 안들었어.
 아따 이 친구는. 내가 왜 안보고 안 들었겠어. 보고 듣고 했어도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하는 말이지.
 허긴 아니 벌써 몇 개월째야. 현대상선에서 4천억원을 불법대출 받아 북한을 지원을 했다고 의혹이 제기된 것이 지난해 9월이잖아. 그 때부터 정몽헌회장을 비롯 청와대와 모든 관계기관들 모두가 전혀 그런일 없다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조차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해 왔었잖아.
 그야 그렇지. 나쁜 사람들 같으니. 그렇게 국민들을 거짓말로 속이더니 결국은 뭐야. 김대중대통령이 불쑥 그 돈의 사용처는 통치행위에 속하며 사법적 판단은 곤란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에이 이친구야 그래서 한국에는 『청와대만 단합되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이 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잖아.
 그래서 북한도 청와대 믿고 큰소리치고 있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