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을 소주잔에 담아 나누던 중 친구가 불쑥 한마디 던진다. 『자네는 이 세상에 상대적 진리는 있어도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아니 아직까지 절대적 진리를 발견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는가』라고.
 이에 『아니 왼 개똥 철학이야. 자 소주잔이나 들게나』하며 딴청을 놓자 친구는 또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닐세. 절대적 진리를 발견 했다고 하는 친구가 있었네. 그래서 그 절대적 진리란 무엇인가 어디 한번 말해 보게』하고 물었네 그려.
 그 친구는 『그야 간단하지. 무슨 일이든 잘하면 잘 될 것이요, 못하면 잘못될 것이다 라는 것이야』라고 대답하더구만. 이에 친구는 『예끼 이사람』하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 친구 말이 어쩌면 우리의 남·북관계를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고 했다.
 왜냐고 하자, 『요즘 남·북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데 이러한 때 남·북간에 대화가 잘되면 경협이나 금강산 관광은 물론 나아가 핵문제도 잘 풀리겠지만 그렇지 않고 대화를 잘못하면 모든것이 꼬이고 꼬여 끝내는 벼랑끝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우리의 남·북한간 대화는 북한의 억지와 떼 속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친구는 또 핵문제도 그러네. 진정 북한이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핵을 하루빨리 포기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그 친구가 말장난 하듯 얘기한 개똥철학의 절대적 진리이지 아닐까 싶네라고 말하며 알듯 모를듯 한 웃음을 짓는다.
 친구는 이어 소주잔을 들며 『아 친구 회사에서 발행하는 1일자 신문을 보니 1면 머릿기사로 「남북어린이 사상 첫 교류」라는 내용이 보도 되었더구만.
 『그래 맞아. 이번 남·북 학생교류는 충주 야동초등학교가 운영중인 달천동 곤평 자연생태환경체험학습장에서 남·북한 초·중 어린이들이 모여 탐구대회를 통해 과학적 탐구능력을 높히고 통일의 꿈나무들을 기르는 토양을 마련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는 행사이네 그려.
 친구는 그러자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았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또 말을 이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는 어쨌나.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공산당이나 괴뢰군을 그림으로 그릴때는 「빨간 얼굴에 뿔난 도깨비」모습인 줄 만 알았지 않은가. 그래서 빨간색으로 도배하듯 도화지를 칠했지』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초등학교 시절 북한은 「빨간 얼굴에 뿔난 도깨비」가 모인 집단으로만 알았던 세대들은 그시절 「무슨 무슨 궐기대회」「무슨 무슨 규탄대회」에 동원되어 목청 높이며 온갖 구호를 외쳤던 기억들이 이제는 가슴을 아리게하고 있다.
 친구와 함께 우리는 비록 그러한 세대를 살아왔지만 이제 밝고 맑은 우리 어린이들의 한민족 한핏줄로 이어진 해맑은 동심에 21세기 조국의 평화통일과 번영의 꿈을 그릴 수 있는 그런 남·북 어린이 교류행사가 되기를 바라며 어둠이 깔린 선술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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