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법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자니 남과 북의 외교관계와 국익 등의 문제가 연줄처럼 걸리고, 거부권을 행사하자니 상생의 정치를 표방한 새대통령의 이미지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질 판이다.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 통과되었다고 하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는 미흡하고 변화된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첫작품으로 사용하기엔 역시 볼썽사납다.
 때문에 노무현대통령도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면서 여.야 중재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여 정가의 관심이 온통 특검법 처리에 쏠리고 있다.
 특검법은 여야의 논리, 힘의 논리로만 풀 수 있는 단순방정식이 아니다.
 이는 남과 북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 더 나아가서는 미 일 중 러 등 주변 국가들과의 이해관계라는 복합 변수를 염두에 두고 풀어야 하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금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같은 근거에서 출발한다.
 따지고 보면 대북송금 4억달러의 최초 발설자는 국내 정가의 인물이 아닌 미의회조사국 연구원이었던 래리 닉시라는 미국인이었다.이는 발설자의 배후집단들이 남북간 경제협력의 직접 대화채널을 달갑게 않게 여기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때문에 우리는 특검법에 대한 해법을 단순히 여.야 라는 정당적 이해관계를 떠나 초당적인 국익과 남북관계, 더 나아가서는 주변국가들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대화채널 확보가 우선순위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구체화되어 성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고 정주영회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현대의 대북경제협력사업이었다.
 혹자는 그래서 수십년간 북한을 개발하는 댓가로 지불한 대북송금을 비리사건이 아닌 평화비용으로 설명했고, 이를 총체적인 통치행위로 묶어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북송금 직후 지난 2000년 김대중전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난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얼마전 부터 시작된 남북간의 육로개통 역시 동 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허문 것처럼 버금가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새대통령의 취임 후 우리 국민들은 달라진 정치, 변화된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종전처럼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만큼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상생의 정치는 양쪽이 끝없이 대화하고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으려 할 때 비로소 윈윈의 정치로 착근될 수 있다.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한다든가, 이왕 통과된 특검법이니 물러설 수 없다며 한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속에서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잉태될 수 없다.
 이라크 사태와 유가인상 북핵문제 등으로 나라 안팎 사정이 모두 어렵다.
 이럴때 일수록 여.야는 특검법의 원만한 해법을 찾아 상생의 정치를 펼침으로써 고차원적인 방정식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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