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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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법조칼럼 권택인]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필자의 절친이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건강한 체력을 자랑했던 그 친구는 갑자기 심장이 멈춰 20분가량 지난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후 6일째 되던 날 멀쩡하게 깨어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절친의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그 사이 두 번의 마음의 준비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깨어나지 못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 "깨어나도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 하지만, 나의 친구는 죽음을 이기고 살아서 돌아왔고, 더욱 놀라운 것은 평소 모습과 동일하게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없는 상태이다.

의사에 말에 따르면 그의 20분 심정지 이후 심박동이 부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 하고, 나아가 심박동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넘어 아무런 장애없이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0%에 수렴하여 이런 케이스는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라 하니, 살아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그 친구가 너무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 친구의 생환에는 여러 하늘이 내린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심정지 전 엄청난 흉통이 왔는데, 그 때 바로 상황을 가벼이 보지 않고 차에 싣고 병원으로 데려간 지혜로운 아내가 있었다.

특히 병원으로 향하던 중 심정지가 왔을 때 단지 서둘러 병원으로 가지만 않고, 차에서 바로 친구를 내려 길거리에서 CPR을 하며 거리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119구급차를 불러서 계속된 응급조치를 받으면서 인근 대형병원으로 갔고, 그 병원에는 대부분의 병원에 흔히 있지 않는 최첨단의 의료기가 구비되어 있었고, 심장관련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어 전문적인 처치 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의사 친구의 말에 따르면 심정지에 이른 친구의 아내가 내려서 CPR을 하지 않고, 빛과 같은 속도로 병원에 갔더라면 아마 그 친구는 병원에 도착함과 동시에 사망선고를 받았을 것이라 한다. 심장이 멈춰 피가 일정시간 뇌로 전달되지 아니하면 뇌부터 순차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CPR이 중요한 것이라 한다. 학교나 회사, 민방위교육 등에서 수시로 CPR에 관한 교육은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올해 초에는 폐색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친구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친구가 있어 친구들끼리 "본인상에 오게 하는 놈은 깨워서 죽여 버리자"고 진심섞인 농담을 했었는데, 이번 사건은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어서 이번 추석 명절에 전국 각지에 흩어졌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런 농담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간 오랜만에 만나 술이 떡이 되게 마시며 회포를 풀던 필자 친구 무리들은 건강을 위해 저녁식사와 함께 적당한 음주만 한 후 근처 실내 야구장에서 야구로 몸을 풀고 졸업한 모교를 향해 함께 수 시간 행진하는 것으로 추석 모임을 마무리 지었다.

그 후 생환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정말 너무도 멀쩡한 목소리. 반가웠다. 그 친구 안위에 대한 한줌의 걱정이 없어져 죽음을 경험한 자로서 산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보라 하니. 마치 해탈한 목소리로 "목숨 참 가볍더라, 평소에 행복하자 친구야"라고 한다. "술이나 담배도 몸이 못 받아들일 때가 되면 자연히 끊게 되니 집착하지 마라."고 한다. 자질구레한 조언따위는 없다. 생각해 보니 "끊어야 되는데"라는 것 자체가 집착이었던 듯하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충북 관내 한 변호사님이 거리를 걷다가 심정지가 와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부고가 변호사회를 통해 전달되었다. 뉴스를 보니 서울지역에서는 두 분의 변호사님들께서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필자도 최근 과로로 쓰러질 정도가 되어 병원신세를 졌기에 건강에 관한 고민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친구를 보니 지금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한 일이 아닐 만큼 내일을 알 수 없는데, 무엇 때문에 작은 머리에 수많은 생각과 욕망을 담고 끊임없이 나 스스로를 다그쳐 왔는지 후회가 된다. 돌아온 친구는 하루가 버거웠던 필자에게 마음의 자유를 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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