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얼마 남지 않음

8일은 어버이날이다. 16년 전, 아버님은 귀천하셨고, 지금은 어머님만 홀로 남아 계시다. 작년에 다리를 다쳐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 그나마 주말에 집으로 모셔와 이틀을 같이 생활한 게 내가 하는 어머님 공양의 전부다. 92세. 참 긴 세월을 풍파를 이겨내며 살아오신 어머님. 지금은 이도 성하지 않아 제대로 작근할 수 없어 주로 죽이나 무른 것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어머님은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어머님의 치아 가운데 2개를 어제 다시 발치해야 했다. 친구인 치과의사는 내게 이제 더 씹기가 어려울 것이고, 결국 틀니를 다시 맞춰 사용해야 한다고 이른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님은 "아냐! 이제 무슨 틀니야!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야지!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염두에 두신 말이라 생각하니 괜히 눈자위에 짠한 자극이 몰려온다.

'인간이 왜 꽃보다 아름다울까?'를 생각해본다. 단순한 내 생각으로 '인간은 자신 스스로 태어나지 못하는 존재이고, 또한 태어나면서 性靈(성령)을 지녔기에 느끼고, 생각하고, 인식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이러한 능력을 부여받았기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허니 부모가 어떤 존재이든, 우리는 부모에게 인간의 가장 중요한 것을 전수받았다. 부모는 내 존재의 근원이다. 어버이날 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宋史(송사)』 「劉因傳(유인전)」에 나오는 고사가 슬며시 마음을 울려 소개하고자 한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宋末(송말), 元初(원초) 때, 劉因(유인)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나서 홀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셨다. 후에 그가 朝廷(조정)에서 관직을 지내다가 어머님이 병환에 걸리자 관직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극진히 돌보았다. 이후로 조정에서 여러차례 그를 불러 관직을 내리려했으나 그는 번번이 사양하였다. 사람들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에게 "왜 관직을 내려도 받지 않으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劉因이 "저의 어머님은 이미 90 고령이시기에 마치 '바람 속의 희미한 초(風中殘燭)'와 같아 언제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내가 어떻게 어머니를 버려두고 일시의 부귀를 탐하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風燭殘年! 어머님의 지금 상황과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지. 자식 다섯 키우고, 이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존재. 지금도 "운전 조심해라! 어른에게 인사 잘해라! 밥 제때 먹고 다녀라!" 라며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 몸에 밴 우리 엄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세만 살다 가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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