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한식 수필가

나는 종교인이다. 더 정확히는 하나님을 믿고 성도들과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다. 당연히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바르게 살려 애쓴다.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노력하고 손가락질 받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살면서 겪은 일들이다.

최근 일들은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이런저런 교회의 크고 작은 모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사회에 우려를 끼쳤다.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 민망하다. 확산세가 맹렬하던 때는 모임을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전화를 받으며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 여러 교회들이 예배를 중지해 달라는 지역민들이 내건 펼침막을 보았을 게다. 교회가 크건 작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려하고 지역을 섬기려 애써 왔다고 여기다가 지역의 민폐요 걱정의 대상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아직도 이 터널을 완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가 몸이 이상하다며 병원을 다녀와서 의사선생님이 내게도 병원에 와보라고 하더란다. 나까지 와보라고 하니 부부가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며 눈초리와 분위기가 이상했다. 비뇨기과를 찾았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긴장이 되고 쑥스러웠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쭈뼛거려졌다. 진료실에 갔더니 몇 마디 묻고는 소변을 받아 제출하고 일주일쯤 후에 오라며 약을 타가란다. 일주일후 약을 먹었는지 묻고는 한 가지 세균이 검출되었다며 또 소변을 받고 다시 일주일 후에 오라고 했다. 그리하고 나서야 치료가 끝났다. 그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못 갈 데를 다녀온 느낌이었다.

아내에게서 두 종류, 내게는 한 종류의 세균이 나왔으니 아내에게 옮은 것으로 보고 원인을 찾아봤다. 대중목욕탕에 갔던 것이 문제가 되었었나 보다. 그래도 목사가 되어 그런 병으로 의심을 받고 치료 받는 처지가 되어 보니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더 오래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운전 법규를 어겨 범칙금을 낸 첫 번째 경우였다. 급한 볼일로 가던 길에, 좌회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 있던 차가 느닷없이 좌회전을 했다. 아니,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무언가. 나도 좌회전을 하니 경찰이 차를 세운다. 내게 인사를 하고 신호위반을 인정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미안하다며 싼 것으로 하나 끊으라 하니 두 말 않고 발부해주는 고지서가 '금연장소흡연'이다.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보니 납부기일을 넘겨 경찰서에 직접 납부해야 했다. 수납하는 아가씨가 직업을 묻는다. 기록란이 있는가 보다. 순간 난처했다.

최한식 수필가
최한식 수필가

금연장소흡연 범칙금을 내면서 목사라고 할 수도 없고, 머뭇머뭇하니 다시 묻는다. "아저씨, 직업이 뭐예요?" 이런 땐 뭐라 해야 하나, 복잡한 내 머리를 거쳐 나온 대답은 '자유업'이었다. 아가씨는 '사업'이라고 적어 넣었다. 경찰서를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더운 날이었다.

손가락질 받는 일을 안 하고 살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언제 무슨 일을 또 당할지 모르니 입찬 말, 흰소리는 아예 생각도 말고 살아야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