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5년 연속 하락세… 장기미분양 반영기준 미흡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를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한 부동산 투기 지역으로 옭아맨 정부의 잣대가 적정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6·17주택시장안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청주에서 한 달간 상승한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근거로 부동산 규제 조치 중 하나인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고작 한 달 치 변동률을 가지고 청주의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투기조짐을 보인다고 단정하기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수도권이라면 모를까 비수도권, 지방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적어도 1년 정도 가격 변동률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청주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평균 매매가격변화 측정 지표, 기준시점 2012년 11월 100)는 2015년 4월 '108'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월 '87.2'까지 근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기준 100을 놓고 이를 초과하면 가격 상승, 미만이면 하락으로 보면 된다.

이후 규제 조치가 이뤄진 6월 들어서는 '92.9'로 상승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급상승했다고 보일 수 있으나 청주는 이미 가격지수 '108'을 찍은 곳으로 투기 세력에 의한 가격 상승이 아닌 기존 가격으로 회복하는 점진적 상승단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윤창규 충북지부장은 "인근보다 부동산 가치가 저평가된 청주에 지난 5월 단 한 달 가격이 오른 것만 가지고 규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질 않는다. 과거에는 이보다 더 높았다"며 "오창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반짝 상승세를 탔으나 이를 가지고 계속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후 사정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청주를 규제 지역으로 묶을 당시 한 달 치 아파트 가격 변동률 외에는 추가로 제시한 근거가 없어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이 담긴 주택법시행규칙(제25조의3)을 가지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 시행규칙에서 지정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가격 상승률'로 정부의 주택 가격 안정화 기조와 맞아 떨어진다.

지정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은 일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대입하면 지난 3·4·5월 청주의 주택가격상승률(0.5%)은 충북 소비자물가상승률 1.3배(-0.58%)를 초과하도 남았다.

그렇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겪은 이력과 장기미분양관리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3개월이 아닌 1년을 적용하면 달라진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간 청주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0.85%, 여기에 물가상승률은 -0.11%로 1.3배에 한참 못미쳐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동안 가격 하락은 감안하지 않고 일시적인 가격상승에 따른 착시현상을 근거로 투기 지역으로 몰아세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청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역에선 지정 조건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두는 법 개정은 물론 실수요자들이 주택마련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규제부터 먼저 해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주시도 이 같은 지역 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규제 조치 해제 요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 거래량과 실거래가신고현황을 분석하고, 지역 여론을 수렴한 뒤 해제 요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2개월 치 자료를 분석해 지역 주택 시장 동향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분석 작업을 마치면 종합적인 의견을 들어 해제 요청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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