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어릴 때 시장에 가 보면 어른 몇 명이 앉아 그릇 앞에 돈을 건다. 가까이 가 보면 그릇 3개가 정신없이 돌다 멈추고 구슬이 있는 쪽에 돈을 건 사람은 몇 배의 돈을 가져갔다. 속칭 '야바위'라고 하는 노름이다. 그 시절 꼬마의 눈으로 최근 정치권의 야바위 한 판을 소개하려 한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당헌 제96조에 따라 민주당은 후보자 공천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현란한 손을 보게 될 것이다.

야바위는 눈(目)을 믿는 일반인의 기대감을 통해 돈을 턴다. 민주당은 '당원의 뜻'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천을 하려고 한다. 그러니 말과 제도를 현란하게 돌려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당원의 뜻에 따라 부득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전당원투표라는 그릇을 돌리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존 규정에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붙여 전당원투표로 표결을 부쳤다. 투표율과 찬성률이 떨어질까 두려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위해 2021년 재보선 선거는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제안문까지 올려 바람도 잡았다. 그러나 모든 속임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듯 투표율은 25.3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찬성율은 86.64%이니 '11월 3일 당헌 개정을 완료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야당과 언론이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33%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자 정말 황당한 답변이 나왔다. 이제까지 진행된 전당원투표는 그냥 여론조사에 불과하다고 한 것이다.

여론조사는 찬성률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당원투표는 투표율과 찬성률을 따져 보아야 한다. 민주당의 속내는 찬성률은 높으니 당헌 개정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여론조사로는 당헌 개정을 할 수 없다. 당헌 개정을 할 수 있는 여론조사의 방법이 법적으로 전당원투표이다. 여론(당원의 뜻)을 묻고자 당규에 따라 진행된 전당원투표가 어떻게 단순한 여론조사일 수 있는가? 정확히는 당헌 제96조 개정안은 전당원투표로 부결된 것이다. 즉 당원의 뜻이 재·보궐 선거 불출마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 대선과 추미애 장관 독주, 2% 부족한 야당의 공격력에 기대어 유야무야(有耶無耶) 분위기이다.

이렇게 넘어가는 일이 이번뿐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스스로 전당원투표를 여론조사라고 깎아 내렸으니 민주당 당헌 개정은 아직은 안 된 것으로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민주당 홈페이지 당헌을 확인한 결과 이게 왠일인가! 역시나 공천을 할 수 있다고 당헌 개정된 것으로 공시되어 있다. 이 정도면 당원의 뜻조차 무시한 것이고, 적법절차에 대한 고민조차 없어 보인다.

백번 양보해서 홈페이지 공시가 실수라 하여도 민주당이 이런 상태에서 재·보궐선거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은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공천하여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위반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이낙연 당 대표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한다. 결국 약속을 어겨야 책임 있는 정치라는 것인데 말의 유희이다. 당원을 무시하는 것은 교만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오만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한다는 것에 판돈을 걸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손(手)은 국민의 눈(目)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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