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리산 문장대 일출 / 보은군 제공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오늘의 해가 어제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새해 새날은 우리에게 새로움의 출발점으로 각인된다. 새 출발을 위해 이제 펼쳐질 날들의 기대를 안고 각오와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앞서의 날들에서 아쉬웠던 것들을 마음에 새기고, 아픔과 슬픔의 상흔을 씻어내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즈음 새해의 기원(祈願)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피워본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다. 새해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새해 기원의 첫 손가락으로는 단연 코로나19의 극복을 꼽을 수 있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부터 중단없는 교실수업을 바라는 학생, 꺼리낌없이 손님 맞을 날을 기다리는 영세상인, 만남을 통한 인간관계에 목말라 하는 직장인 등 우리 모두의 꿈이다. 하지만 당장 새해 고대하는 것들은 백신확보와 치료제 보급 등 확산을 막을 대책들이다. 종식에 이르지는 못해도 코로나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올 한해 이뤄지길 소망할 뿐이다. 병상 걱정없이 방역 단계를 낮추는 것은 그 시작점이자 희망의 불씨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를 핍박하며 허탈하게 만든 것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 또한 상당하다. 그 어느해보다 심각했던 부동산 파동, 유례없던 폭우피해 등이 그것이다.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될 악몽이다. 때론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대부분 우리 잘못에서 비롯됐다. 이념 갈등에서 번진 사회적 극한대립과 분열, 국민들의 오판이 부른 독선과 무책임, 아집과 불통이 만든 검란(檢亂) 등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이런 일들이 거듭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만큼이나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새해의 희망을 위축시킨다.

우리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 재활용품 수거와 봉투값 폭등 등 청주시 쓰레기문제는 소소해 보이지만 미래와 직결된 일이다. 특례시 논란으로 드러난 청주시의 미숙함과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논란속 충북도의 눈치보기 등은 신년 벽두 마음에 담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수년째 확산되고 있는 과수화상병, 끊이지 않는 고병원성 AI 등은 누군가의 삶에 너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바람이야말로 모두가 힘과 마음을 보태야 하는 기원이다.

어렵고 힘든 현실이 잘 풀리는 것도 의미있지만 내일을 그리는 기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오송·충주 국가산단 지정 등 경제 활력의 동인(動因)은 적지않은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 충청권 메가시티, 국회 세종의사당 등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은 지역의 힘을 북돋운다. 하지만 이 모든 바람들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다. 그 어떤 것도 이를 앞설 수는 없다. 코로나19 극복의 기원도 여기서 비롯된다. 새해 독자 여러분을 비롯한 충청도민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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