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병갑 경제부장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의료진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금방 끝날 것 같던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어느새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을 것이다. 1년 새 우리나라에서는 7만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2천300만여 명, 영국 310만여 명, 일본 28만여 명 등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에 위기에서 빛낸 'K-방역'이라며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K-방역은 첫 단계는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감염경로와 접촉자를 신속 추적해 감염 고리를 끊어내고 격리 및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K-방역'이 가능했던 것은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선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주의료원 코로나19 격리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11일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자, 병동 의료진을 전수 검사한 결과 4명의 연쇄 감염이 확인됐다. 청주의료원에서는 지난해 9월과 10월 간호사 2명이 잇따라 확진됐으며 지난 5일에도 간호인력 지원 근무자가 확진되는 등 항상 감염의 위기에 노출돼있는 상황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간호 경력이 있는 시민 및 의료진들의 의료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등 의료진의 헌신과 시민 정신도 더욱 빛나고 있다.

'K-방역'이라며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지하기에는 이들이 겪는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든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은 온전히 스스로 감내해야 할 몫이다. 확진자와 접촉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을 포기한지는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걱정하기보다 확진자들의 치료와 정신적 고통까지 보듬어 주고 있다.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전 국민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장 의료진들의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는데다 지원 인력 부족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극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의료진의 희생을 강요하고 헌신과 사명감에 기대기에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 함께 일하던 동료의 감염과 이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장병갑 경제부장
장병갑 경제부장

의료진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이 무너진다. 실질적으로 의료진을 보호하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하루빨리 적절한 순환근무 환경과 정신적으로 치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또 하나의 방역은 의료진의 보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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