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부동산 투기의혹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차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직퇴출'을 강조하는 등 악화되는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되레 비난의 소리만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4·7 재보선을 앞둔 여권에 비상이 걸렸고 일선 지자체마다 조사계획 등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직과 공기업의 부동산 투기에 온 나라가 뒤집어진 셈인데 소리만 요란해 보인다. 알맹이는 보이지 않고 말만 앞서니 너무 서두르는 듯한 모양새다.

벌써부터 국민적 분노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마무리가 우려되는 까닭은 정부의 발표를 보면 알수 있다. 첫 조사결과로 수사권도 없는 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20명이라는 특정 대상만 투기 의심자로 몰아간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보유출에서 비롯된 일인데 이와 관련된 조사활동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등기부만 보면 알 수 있는 결과물만 갖고 상황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서둘러 LH만 때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처리도 간단치 않은 일임에도 조급하게 마무리 하려는 조짐이 읽혀진다.

정부 발표와 더불어 나온 청와대 자체조사 결과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시켜준다.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내세워 투기의심 사례가 없다며 선을 긋기에 바빴다. 청와대 고위직이 대놓고 투기대열에 합류했다면 이는 나라에 망조(亡兆)가 든 것이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 하는 자세가 한심할 정도다. 지자체들의 자체조사 착수 시점에 책임을 함께 지기보다는 관련없음을 강조하는 꼴이다. 국가의 기강이 흐트러졌는데 잘잘못을 따지는 정도로 매듭을 지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반면 자체적으로 감사위원회, 특별조사단 등을 꾸린 지자체들은 보다 엄중한 자세로 사태에 임하고 있다. 경찰 전담수사팀까지 가세해 막강한 진영을 갖췄다. 이는 그만큼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세종시 국가스마트산단은 많게는 수백명이 참여한 지분쪼개기, 벌집촌을 확인할 수 있다. 청주 넥스트폴리스는 1년에 10여건이었던 건축허가가 개발구역 지정을 앞두고 8개월새 200여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청주시는 투기가 의심되는 자체개발사업을 따로 살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사가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이번 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누가 자기 이름으로 투기를 하나"가 그 이유다. 차명거래가 빠진 투기조사는 의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시간이 걸려도 보완책을 찾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만 한다. 그래야 기강이 서고, 공직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기본도 외면한채 서두르기만 한다. 그러니 한달도 안남은 선거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미봉책은 뒷탈을 부르는데 지금 정부의 태도로는 미봉책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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