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로 시작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세종시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초 주목되던 수도권 3기 신도시보다 세종시의 투기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공무원과 시의원, 민간인 등에 대한 수사 진행과 추가 의혹이 이어지는 등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다. 더구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투기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투기온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시작단계일 뿐이어서 파장의 크기가 예측불허다. 세종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잇단 의혹 제기 등 논란이 확산되자 세종시가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벌써부터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한적인 조사대상과 수사권 문제가 그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출범 10년도 안돼 22개 중앙기관과 21개 소속기관이 자리잡는 등 세종시 개발이 계획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유출 및 공직자 개입 여지가 많고 문제가 된 LH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심의 배경이 되는 대목으로 중앙부처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 투기의혹 초기 확산의 중심에 있는 스마트산단의 경우만 봐도 이같은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전 건설청장을 비롯해 주변 토지를 매입한 공직자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것도 국가산단 지정을 앞둔 시점이다. 이 지역은 소유자의 99%가 외지인인데다 야산 한필지의 소유자가 766명일 정도로 지분쪼개기가 넘쳐난다. 시내 공공임대주택 추가모집 정보가 특정계층에만 제공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부동산 취득 자진신고를 마친 공직자가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래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도 의심 확산에 한몫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요가 몰리면서 세종시 땅값 상승률은 지난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7~8월부터 본격화된 행정수도 이전 논의와 국회분원 이전 추진 등은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외지인의 부동산·아파트 매입은 사상 최대에 달했고, 투기가 의심되는 실거래가 등록후 취소도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농지거래도 수상한 것 투성이다. 농지면적과 농업인은 줄었는데 농업경영체수는 크게 늘었다. 지을 땅도 사람도 없는데 농사일 단체만 많아진 셈이다. 한마디로 세종은 최근 몇년새 곳곳이 투기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의혹과 의구심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면피에 나선 형국이다. 전국 어느 곳도 마찬가지지만 세종시 부동산 투기는 상징적이다. 무능과 허점으로 점철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라도 투기의혹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공직자 개입 가능성이 큰 만큼 전시효과도 크다. 제한된 거래 여건은 적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등록제, 신고제 등의 입법도 필요하지만 투기엄단 경고에는 일벌백계(一罰百戒)가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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