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대학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치 않았던 미래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려가 현실이 돼버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기에 맞서야 하는 '조직'이라면 지금의 대학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위기에 맞서는 전략은 ▶진단 ▶전략 수립 ▶실행 및 수요자의 요구 확인 ▶보완 및 재실행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4단계 실행에 앞서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위기에 맞서는 첫 번째 전략, '무엇을 하지 않을지'는 '미션'혹은 '사명서'형태로 선포 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는 모든 전략은 이 시간 이후로는 진행하지 않는다.", 혹은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등의 강력한 선언이 필요하다. 동시에 리더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내부고객'인 조직 구성원 뿐 아니라 '외부고객'인 예비대학생, 기업체 등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냥 보여줘서도 안된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가 필요하다. 리더가 위험을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짊어지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현 상태를 빠르게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현 대학이 처한 환경을 보자. 2021년 국내 대학이 필요로 하는 모집인원은 특별 전형을 포함해 55만5천774명이다. 반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은 49만3천433명이다. 수능시험을 본 학생이라면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전국 꼴찌도 대학을 갈 수 있다.

문제는 2022년도 입학 가능 학생이 41만2천34명, 2024년에는 37만3천470명으로 지속적인 감소가 '확정된 미래'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그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변화하려고 애썼으나, 변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흔들렸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할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변하면 된다. 이때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진단하는 것보다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략은 어떻게 수립할까?

진단은 우리 조직을 둘러싼 내, 외부 환경을 조사, 분석하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반면 전략 수립은 진단을 바탕으로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속으로 뛰어가야 하는 전사에게 필요한 '전술'이다.

전술은'우리조직'의 역량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유행을 좇거나, 안전한 길이 보인다면 그 길은 가서는 안된다. 안전한 길이 아닌, 가장 위험한 길이다. 과거 모든 기업들이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쳤다면, 지금은 맞지 않다.

오로지'나'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기업 또는 조직만이 승자가 된다. 스마트폰의 '아이폰'이 그렇고, 커피숍의 '스타벅스'가 그렇다. 전기자동차의 '테슬라'가 그렇게 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꼭 '우리 대학'이어야만 하는 존재를 알려낼 수 있는 전술이 필요하다. 장학금을 아무리 많이 주고, 엄청난 금액의 정부사업을 수탁받았다고 안심하고 있다면 이미 수렁에 빠진 것이다.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미래'와 '존재의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목표지점까지 도착하는데 물적, 인적, 사회적 자원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목표달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빠르게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확인해야 한다.

지금은 속도가 경쟁력이다. 비대면 시대, 소수의 공급자가 다수의 수요자를 블랙홀처럼 흡입하는 시대다. 이를 알고 실행한 대학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았다. 씽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가 온 것이다. 이런 대학은 우리나라에도 많고, 글로벌로 나가면 더 많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동생, 후배들은 세계 유명한 대학의 온라인 학생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에만 초집중하여, 세계의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학생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세운 가설을 잠재 수요자를 대상으로 빠르게 실험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가설이 틀렸다면 무엇이 틀렸는지 보완해야 한다. '수정 보완과 재실행' 이것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검증한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지금 당장!'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대학이 있는 곳은 정글이다. 새끼를 낳으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야 살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조금만 지체하면 피 냄새를 맡은 포식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이미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