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상임위 추천 위원회 구성 묵살에 與 의원들도 반발
도의회 "지방자치 본질 훼손"… 21일 임시회서 심사·의결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형 자치경찰제 추진 과정에서 자치입법권 침해를 주장해온 충북도가 되레 민주적 절차를 위배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충북경찰청과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고수했던 충북자치경찰제 제16조(후생복지에 관한 예산 지원 범위를 사무기구 소속 경찰관으로 제한)에 대해 충북도의회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같은 여당 의원이 도의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반복된 '도의회 무시 행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더욱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제주도는 이원화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제외) 가운데 충북과 광주를 제외한 14개 자치단체는 조례안에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예산지원 범위를 확대한 점도 도의회로써는 부담이다.

충북에서 후생복지의 지원 범위를 축소한 조례가 통과할 경우, 지역 경찰관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자치경찰 사무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서 도의회는 경찰법 제20조에 따라 충북자치경찰위원회 위원 2명에 대한 선정 절차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도의회 산하 총 5개 상임위원회 중 3개 상임위원회는 총경으로 퇴직한 경찰 출신 여경(女警) A씨를 추천했다.

나머지 2개의 상임위는 각 1명의 여성 인사를 추천했다. 그러나 A 전 총경은 추천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도청 안팎에서는 박문희 도의장이 '경찰 출신은 안 된다'는 이시종 지사의 의중을 살핀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의 소통 부재도 도의회의 수정 필요성에 불을 지폈다.

한 도의원은 "지사가 도의장과의 소통만으로도 의회를 움직일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것 같다"며 "조례안 논란이 극심할 때에도 충북도와 소관 상임위의 소통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사와 긴밀한 관계인 도의장도 자치경찰 조례안에 대해 충북도의회와 먼저 상의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 의원들 만나는데 시간을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문희 충북도의장은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시도의장단협의회에 참석해 후생복지에 관한 예산지원 범위를 '사무기구 소속 경찰관으로 제한(충북도 안)'하는 전국 단일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의원들은 박 도의장의 이런 행동의 배경에 이시종 지사와의 짬짬이가 있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은 "도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지방자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도의회에서는 민주적 절차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원칙론을 전했다. 이어 "유독 충북만 예산 지원 범위를 제한하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최종 의결기구인 도의회에서 조례안 제16조가 경찰 표준안을 지지하는 형태로 수정될 경우, 도는 '자치경찰 조례안 쟁점 사항으로 논란만 키워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오는 19~20일 도와 경찰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제16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도의회는 이달 21일 열리는 제390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을 심사·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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