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종진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롭게 되는 것.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힘겨운 요즈음 '과연 나는 나의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하는 끝없는 회한과 허탈감이 찾아든다. 그런 늦봄 저녁,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곱씹어 읽노라면 계절의 병처럼 신열이 지핀 가슴을 다소곳 식히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른 감정도 찬찬이 추스를 수 있어 마냥 좋기만 하다.

한 마리 평범한 갈매기에 불과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삶의 방식을 오늘 나의 삶 속에 재조명하여 보며 그처럼 자연스럽게 아주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치 않은 가운데 비범의 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부단한 그의 신선한 욕구가 더없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가 추구했던 최대의 목표는 너무나 자명하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나는 것이 그의 생애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고의 것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기에는 엄청난 모험이자 아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적어도 조나단은 현실에의 안주와 기피가 아닌 도전과 응전만이 참된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고 고독한 자기와의 투쟁을 지속하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가 날개를 찢기며 극한속도에 성공하고 해변의 갈매기 떼와 합류할 즈음 다른 갈매기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어선 주위를 단조롭게 헤매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무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우리 자신이 탁월하고 지적이며 숙련된 존재라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연장자 갈매기는 조나단의 분별없는 무책임에 대하여 엄숙히 성토하며 추방을 명하게 된다. 그는 항변하며 소리 높여 외친다. "삶의 의미와 삶을 위한 한층 높은 목적을 찾고 따르는 갈매기보다 더 책임 있는 자가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물고기 대가리를 찾아 휘 젖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살기 위한 이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롭게 되는 것 말입니다."

결국 그는 벼랑 끝으로 날아가 외롭게 비행기술을 익힌다. 사실 우리 기성세대는 변화에 익숙하지 못했고 그 자체를 두려워해 왔다. 눈을 열고 진실을 보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다행히 조나단은 '설리반'이란 좋은 스승과 가장 빨리 나는 노장 갈매기 '치앙'을 만나 나는 법과 사랑에 대해서 폭넓게 배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추방한 옛날의 지상으로 돌아가 자신처럼 높게 날기를 원하는 갈매기들을 가르치게 된다.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최종진 충주효성신협이사장·전 충주문인협회장

그가 가르침을 계속하는 동안 "너희 생각의 사슬을 끊어 버려라. 그리고 너희 육체의 사슬도 역시 끊어버리고…" 이러한 무념무상 속에서의 교육은 그 목표를 훨씬 앞당기는 지침서가 된 것이다.

진정 높이 나는 자의 기쁨이 실현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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