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돌 반지의 금 함량이 틀리지는 않을까?"

몇 년 전 아이가 셋인 어느 기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물로 받은 돌 반지를 모두 녹여서 확인을 한 적이 있었다. 선물한 사람이 여러 명이었으니까 각각 다른 곳에서 산 돌 반지였는데, 놀랍게도 99.99% 이상의 순도가 나왔다.

순도 99.99% 이상인 금을 우리는 24k라고 부른다. 금을 사게 되면 24k 말고도 14k, 18k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금함량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숫자 뒤에 k는 무슨 뜻일까? 캐럿(karat)이라는 의미다.

옛날 중동지역의 사람들은 보석 등 귀금속을 거래할 때 그 질량을 비교하기 위해 열매의 크기가 일정한 캐럽(carob) 나무의 열매를 사용했는데, 보통 어른이 한 줌 잡으면 24개가 잡히는 데서 24k가 순금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기준으로 14k는 14/24(순도 58.33%)이고, 18k는 18/24(순도 75%)가 된 것이다.

금은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통일화되고 규격화된 화폐로서 기능했는데, 그 역사가 약 3천 년에 이른다.

불과 50년 전인 1971년 8월 15일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금본위제도 하에 있었기 때문에 금 1온스(28.35g=7.56돈)는 미화 35불의 가치로 고정돼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50년 전까지도 금이 화폐로써 기능하고 있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달러는 곧 금이다.' 이렇게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금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화폐로써 사용될 수 있었을까?

금은 AU라는 원소기호를 가지고 있는 원소이다. 원소가 뭐냐면, 한 종류의 원자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어떠한 화학적인 방법으로도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소가 아니다.

지구상에는 약 100여 개의 원소가 있다고 하는데, 어째서 유독 금이 이렇게 오랫동안 화폐로써 사랑받았을까? 왜냐하면 많은 원소는 기체(수소, 산소 등)이거나 또는 액체(수은, 브롬 등), 아니면 폭발성이 있다든지 우라늄처럼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든지 해서 이것저것 빼고 나면 원소 중에서 화폐로 쓸 수 있는 것은 8개만 남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8개 중에서도 금이나 은을 빼면 그 매장량이 너무 적다든지, 아니면 일부 지역에만 매장되어 있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든지 하는 이유로 넓은 지역에서 화폐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던 것이다.

인류는 이미 지구에 매장된 금의 70% 정도를 캐낸 상태라고 한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금광석 1톤에서 겨우 3g의 금을 얻을 수 있으며, 20여 년쯤 뒤에는 지구에 매장된 채굴 가능한 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금을 한군데 모아봐야 10층짜리 작은 빌딩 정도 크기밖에는 안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적어 놀랐다.

수 천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금. 인류가 존재하는 한 황금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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