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자체 행정대응과 대조… 해결책 마련 절실

주차난으로 갈 곳 잃은 차들이 단지 밖 도로로 나와있다. /박건영
주차난으로 갈 곳 잃은 차들이 단지 밖 도로로 나와있다. /박건영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청주지역 아파트들이 주차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청주 상당구 A아파트에 거주중인 박 모(30)씨는 오후 8시 퇴근 후 집에 올 때면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몇 번이고 돌곤 한다.

그러나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단지 밖 도로로 눈길을 돌려보지만 그마저도 입구와 가까운 쪽은 이미 다른 차들로 주차돼 있다.

박씨는 "요즘 1세대 당 차량 2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집이 많고, 심지어 자녀들 포함하면 3~4대인 경우도 있다" 며 "주차 스트레스로 이사까지 고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흥덕구 B아파트 역시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아파트는 전체 2천529세대로 주차면수는 3천289면이 확보돼 있다.

이를 환산해보면 세대 당 주차대수는 1.3대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 실제 등록된 차량은 4천399대로 세대 당 차량 보유대수는 1.8대로 크게 늘어난다.

결국 1천110대(25%)의 차량은 단지 내 주차를 할 수 없다.

청주시의 주차문제는 전문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주차난으로 갈 곳 잃은 차들이 단지 밖 도로로 나와있다. /박건영
주차난으로 갈 곳 잃은 차들이 단지 밖 도로로 나와있다. /박건영

충북연구원의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공동주택 주차 설치기준 연구(2019년 12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청주시 공동주택 104개 단지, 8만301세대를 조사한 결과 공동주택에 등록된 차량대수는 13만8천989대인데 비해 공동주택 내 주차가능 면수는 9만9천556면에 불과했다.

결국 차량 3만9천433대(28.37%)가 주차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청주지역 아파트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십 수 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지만 청주시에는 변변한 조례조차 제정된 것이 없다.

청주시 아파트 주차장 설치기준은 25년 전인 1996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국토교통부 법령인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세대 전용면적이 85㎡(26평) 이하는 세대 당 1대,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면 세대 당 1.13대만 확보된다.

법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4월 말 청주시 차량 등록 대수는 44만1천959대로 2014년 통합청주시 출범 당시 34만5천385대보다 6년 9개월 사이 9만6천574대(28%)가 증가했다.

청주시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영향평가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해 주차장 공급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교통영향평가가 공동주택 주차문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통 전문가는 "결국 교통영향평가의 공동주택 주차수요 계획도 근거가 없기 때문에 조례를 기준으로 법정주차공급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한다"며 "특히 공동주택 주차실태조사를 통한 것이 아닌 기존 선행보고서를 보고 정하기 때문에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청주시가 아파트 주차문제 해결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때 타 지자체들은 조례 제정을 통해 주차설치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는 공동주택 전용면적 60㎡ 이하는 세대 당 1대, 61㎡~85㎡는 세대 당 1.5대 이상, 85㎡를 초과할 경우 세대 당 1.7대 이상 주차면수를 마련토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밖에 수원시·안산시·부천시·양양군 등의 지자체들도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박정순 도로교통공단 교통공학박사는 "주차장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입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주시 차원의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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