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한때 유행하던 말 중에 '아침형 인간'이 있다. 일본인 의사 사이쇼 히로시가 2003년에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세 번이나 읽은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아침 한 시간이 낮의 세 시간과 맞먹는다. 자연의 리듬과 함께 사는 것이다. 인생을 다스리고 목표를 성취해 낼 수 있다. 진정한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다 맞는 말이다. 예수님도 새벽 미명에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고, 우리나라 정주영, 미국 잭 웰치, 빌 게이츠 같은 이들은 새벽 3시 또는 3시 반에 기상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좋아하는 마라톤 연습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반복되자 5시 기상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체험한 제프 샌더스는 'The 5 AM Miracle' 이란 팟캐스트와 '아침 5시의 기적'이라는 책을 통해 아침 시간 활용의 유익함을 설파한다.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아침형 인간을 지향하며 살다가 지난 겨울 포기했다. 그 과정이 이렇다. 30대 때부터 시작한 새벽예배 때문에 보통 네 시 반에 일어난다. 새벽예배 다녀와 성경을 몇 장 읽고, 이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간혹 고교 영어교과서를 큰 소리로 읽기도 한다. 아침 운동을 나선다. 때로는 산책, 때로는 골프 연습장. 작년 초겨울까지 그렇게 했다. 골프 개인지도를 두 달 받았다. 그런데 기상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에너지가 부족한데 채를 휘두르니, 몹시 피곤했다. 겨우 견뎌서 20회를 끝냈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골프시즌이 끝났다. 연습장을 안 나가도, 짧아진 해 때문에 더 피곤해졌다. 새벽예배 다녀오면 한 시간여 더 자다가 일어나 출근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뒤죽박죽 된 거다, 겨울과 봄을 지나면서.

그런데 이제는 새벽예배 다녀와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일찍 뜨는 해, 신선한 바람, 초록 잎새,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 때문에. 그래서 아침 운동만 빼고 다시 아침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성경, 독서, 가벼운 스트레칭, 그리고 일찍 출근. 오전 재판이 없거나 하면 4~5㎞를 걸어서 출근한다. 일과 시작 한 시간 전에 출근해서 일과를 구상한다. 일정에 따라 자문서류 검토와 재판준비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머리가 맑아서 일도 잘되고, 하루가 길어진다. 피곤한 날은 오후 시간 짬이 있을 때 잠깐 의자에 기대 눈을 붙인다. 간혹 저녁 약속이 있는 때 외에는, 일찍 퇴근해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주로 TV 뉴스를 보다가 잠든다. 한 주에 한두 번 드라마나 넷플릭스 영화, 골프연습 등으로 보낸다. 주말도 일찍 일어나 격주로 산행과 둘레길 걷기에 나선다. 이 역시 일찍 시작하면 일찍 끝나니, 오후 시간이 길어 좋다.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못하니, 모두의 삶이 단조로워졌다. 그게 오히려 나는 좋다. 지난 20여년 전 변호사업무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곳에서 살아왔다. 외면(外面)에 치우치다 보니 내면(內面)이 부실해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떠들며 어울리기보다는 조용히 단순하게 살고 싶어졌다. 코로나로 그런 삶에 일찍 익숙해졌다. 그동안 학생들의 학업손실은 물론, 컨벤션업, 여행업, 주류업, 식당업 등, 많은 사람이 모여야 생업이 유지되는 자영업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본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러나 코로나와 인해 삶이 단순해지며 자신과 가족, 이웃과의 관계를 차분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며, 그래서 서로 보듬으며 살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불편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접종 등으로 모두가 힘 모으고 있으니, 머잖아 코로나를 물리치고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코로나 이후라고 해서 완전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삶의 패턴 중 유익한 것은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길어진 해와 아름다운 아침 때문에 아침형 인간으로 복귀하며 단조로워진 내 삶의 모습도 오래 그대로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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