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정치인은 인기를 얻고, 득표에도 유리하다. 반면 자신이 내뱉은 말로 인해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언급했다가 와전돼 파문이 확산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은 지난달 2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이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보름만인 이달 10일 '10원 한 장'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며 해명했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아는 바로는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장모 사건이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윤 전 총장에게 큰 부담을 주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여당에서는 곧바로 "10원짜리 해명"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금산 출신 더불어민주당 3선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정진석 본인이 윤석열 만난 것을 으스대면서 하지도 않은 말을 두둔했다면 10원짜리 쉴드(방패)"라고 비판했다. 이어 "10원짜리 발언으로 윤 전 총장에게 많이 혼나서 와전됐다 어떻다 한다면 권력에 빌붙으려는 10원짜리 아부고 잡스런 10원짜리 인생"이라고 쏘아붙였다.

충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충북도의회 박문희 의장은 지난달 30일 지역의 모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시종 충북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는 생물이다. 이 지사가 더 이상 출마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연임 제한으로 정치여정에 발이 묶인 이 지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같은 당 소속 정정순 의원의 지역구인 '청주 상당' 선거구에서 재선거를 하게 되면 출마할 것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의 불문율 중 '동지의 시체를 밟고 건너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동료 정치인의 불행을 발판으로 정치행보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이런 금기를 깨는 '파렴치한'으로 몰릴 수도 있다.

박 의장은 이후 "불도 지피기 전에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당황스럽다"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이 지사에게 미안해 한 것 같다.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이 지사의 고교 후배이면서 평소 돈독한 관계인 지역의 한 인사는 "재선거 실시 여부나 시기가 분명치도 않은데다가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이 지사의 그릇이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정치권의 '입조심'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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