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행 가담사실 몰랐을 수 있다' 판단…범죄사실 증명 없음에 해당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건당 1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수거책 노릇을 한 2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조직원들과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A(26)씨는 지난해 7월 9일 ○○정보주식회사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금융업을 하는데 대출금을 상환하는 분들한테 돈을 받아 이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A씨는 일급 10만원, 고객 상환금의 1% 수당 지급, 한 달 후 정규직 전환 등의 조건에 끌려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원미상 남성과 근로계약서를 주고받은 A씨는 바로 현장업무에 투입됐다. 그는 다음날 오후 6시께 충북 진천군 문백면 모처에서 피해자 B씨를 만나 1천870만원을 교부받았다.

앞서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이날 "△△저축은행 대출계약 위반으로 금감원에 등록 됐다"며 B씨에게 접근, A씨가 돈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범행을 꾸민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저축은행 사원인 것처럼 B씨를 기망한 후 재물을 편취했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는 "공소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판사는 "금융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던 피고인이 조직원들의 거짓말에 속아 현금을 수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는 7월 10일 범행 당시 B씨로부터 "A씨가 맞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후 돈을 건네받았을 뿐인 점, △△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하거나 기관명의 문서를 제공하는 등 피해자를 속이는데 가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에 검찰은 같은 달 14일께 A씨가 저지른 또 다른 범행에서는 '채무변제 및 잔액확인서'라는 서류를 다른 피해자에게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박 판사는 "공소사실 이후의 일로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고인 범의를 판단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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