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을 보유한 전국 5개 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진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국비지원 공모를 통해 올해부터 추진하는 '세계유산 활용 콘텐츠 구축 사업'으로 디지털로 각 지역 세계유산의 특성에 맞게 문화유산을 새롭게 누리도록 하는 야간 실감콘텐츠 프로그램이다.

7월 31일 충북 보은군이 법주사에서 그 빛의 향연을 먼저 시작한다. 이어 부여군이 정림사지에서 8월 6일부터 9월 5일까지 연다. 익산시도 미륵사지에서 세계유산축전(백제역사유적지구)과 연계하여 8월에 개최한다. 수원화성은 9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세계유산축전(수원화성),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과 연계, 수원관광 가을 축제로 통합 개최하며, 공주시는 백제문화제와 연계하여 9월 25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지역별 해당 세계유산을 소재·배경으로 미디어파사드(프로젝션맵핑)와 인터랙티브아트, 야간경관조명 연출로 관광객에게 낭만적인 빛의 산책로를 선사하여 문화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2003년 유네스코(UNESCO)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디지털 유산은 인류의 지식과 표현의 독특한 자원들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법적·의학적 정보 및 그 밖의 정보, 또는 현존하는 아날로그 자원의 디지털 전환 형식과 함께, 문화적·교육적·과학적·행정적 자원을 포괄한다'로 정의했다. 즉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 연구, 응용하고 콘텐츠로 보급하는 개념이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다.

이 디지털 헤리티지를 문화재 활용과 관광자원 개발로 확장한 문화재청이 지자체와 함께 올해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을 활용, 야경과 결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다. 개방된 야외 문화재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 밀집, 밀폐를 차단하며,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는 워킹스루(Walking-thru, 도보 이동형) 형식의 분산형 관람 프로그램으로 야간 디지털 산책이다.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담아 문화유산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관광콘텐츠 개발과 문화재 활용의 첨단방식으로 국민 누구나 문화유산을 새롭게 이해하고 첨단유산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문화를 통한 치유가 절실한 사회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미술 작품의 감상, 독서, 공연 관람, 문화재 탐방, 스포츠 경기 응원은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겪고 있는 '코로나 블루'의 치유제다. 변화된 환경에서 선호되는 여행은 비대면 관광지다. 사람이 밀집되지 않는 한적한 곳, 드넓은 야외에서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는 방식이다.

여가 활용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야간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가 된다. 특히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이른바 '뷰 포인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안전한 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역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 현장에서의 야간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상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심신을 위로하는 기능이 있다. 더욱이 체류형 관광을 이끌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조화된 야경은 '마음 백신'이다. 야경을 즐기는 산책 자체가 중요한 관광콘텐츠가 된다.

7월 31일부터 10월까지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에서 펼쳐질 실감콘텐츠는 사람들의 울적한 감성을 달래주는 카타르시스가 되리라 본다. 드넓은 문화재 현장에서의 예술작품 감상·체험을 통해 마음속에 억압된 답답함과 피로감, 우울감을 날려버리는 것은 어떨까.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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