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격상 첫날, 청주 율량동 상업지구 가보니…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시된 27일 밤 10시 9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술집거리에서 시민들이 술을 사들고 모텔로 들어가고 있다. /김명년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시된 27일 밤 10시 9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술집거리에서 시민들이 술을 사들고 모텔로 들어가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첫날인 지난 27일 오후 10시가 지나자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상업지구 식당들의 조명이 하나 둘씩 꺼져갔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택시를 잡거나 대리운전을 부르면서 이른 귀갓길을 재촉했다.

썰물이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거리는 이내 한산해졌다. 그런데 그 틈에서 3~4명씩 무리를 지은 20~30대 젊은이들은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10여분 후 그들은 술과 술안주로 가득한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나왔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소주와 맥주, 과자, 안주 등 술자리를 위한 식품이었다.

편의점에서 나온 A씨는 "가게 문도 다 닫아서, 방을 잡고 술을 먹기로 했다"며 편의점과 한 건물에 위치한 숙박시설로 들어갔다.

하루 방 값으로 5만~6만원 정도하는 비교적 고가의 시설이었지만 젊은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이곳을 제외하면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A씨 일행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직후 30대로 보이는 4명의 무리가 포장음식과 술을 들고 같은 건물로 향했다.

이들은 "대리운전 비용을 생각하면 방 하나 잡고 먹어도 비슷한 가격"이라며 숙박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1시간여 동안 이 숙박시설에 들어간 젊은이들은 20~30여명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피해 술을 먹으려는 젊은이들이 만든 '방술' 문화다.

숙박시설과 한 건물인 편의점에는 방술문화의 인기를 증명하듯 공병이 잔뜩 쌓여있다.

인근 편의점 한 업주는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술병을 대신 수거해 처리해 주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방술족이 늘면서 소주나 맥주 등 주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 큰 모텔 3곳이 방술로 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시된 27일 밤 10시 55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모텔 키오스크에 남은 방이 표시돼 있다. /김명년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실시된 27일 밤 10시 55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모텔 키오스크에 남은 방이 표시돼 있다. /김명년

실제 무인으로 운영되는 한 숙박업소의 경우 이날 오후 10시 55분 기준 남은 방이 3개뿐이었다. 이곳의 대실 가능 방은 수십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α'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까지 오후 10시 이후 식당 등은 내부영업을 할 수 없고, 야외음주도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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