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에서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기획을 하고 있는데,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 여름밤의 Jazz 이야기'로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한 피아니스트가 이끄는 재즈 트리오(Piano 조항선, Bass 장푸른하늘, Drum 정성진)가 메인 연주를 맡는다.

첫회 때 1시간 만에 지정된 좌석이 매진되더니, 두 번째 공연은 공지를 올리고 채 20분이 되지 않아 모든 좌석의 예약이 마감되었고, 예약 취소를 기다리는 대기자 분들도 여러 명 있을 정도다.

무료 공연이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준비된 좌석의 수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재즈라는 음악이 가진 매력 또한 한몫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Jazz는 어떤 음악인가?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황금과 향신료를 찾아 떠났던 여정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부터 Jazz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열강들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미국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1700년대 초반부터는 대량으로 노예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노예선 1척당 400~600명을 태웠다고 하는데, 적정 인원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에 많은 아프리칸들이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100여 년이 지난 1808년이 되면 노예의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들은 가축과 같은 대우를 받았지만, 루이지애나주에서는 그래도 약간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루이지애나주는 프랑스령이었는데,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었던 이른바 크레올들은 지금으로 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정도의 교육을 받았고, 그 당시 인기 있던 악기였던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다.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음악가가 되기도 했는데, 이들로부터 세상에 없던 음악인 래그타임이 시작된다. 재즈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에, 피아노를 중심으로 발전한 Rag Time, 군악대에서 관악기를 접한 흑인들의 음악이 하나의 줄기를 형성하면서 탄생한 음악이다.

그런데 막상 음반으로 제작되어 대중들과 만나게 되면서는 백인들의 음악이 된다. 1917년, 세계 최초의 Jazz 음반으로 기록된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밴드'의 음악에는 흑인 노예들의 아픈 역사나 슬픔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나중에 Sw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이들의 음악은 일종의 춤곡이었다.

대게 문화라는 것은 지배계급에서 피지배계급으로, 상류층에서 하위계층으로 흘러 내려가면서 대중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즈는 달랐다.

가장 낮고 비천한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가장 고급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제는 재즈라는 장르 안에 너무나 많은 음악이 흡수되어서 재즈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루한 일처럼 느껴진다.

Jazz 음악회에 이렇게 신청이 몰리는 현상을 보면 재즈라는 음악은 사람들 사이에 이미 친숙하게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한 여름밤에 재즈를 듣는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